저축은행 업계에서 '저승사자'로 통했던 조성목(사진ㆍ53) 금융감독원 국장이 카드 정보 유출 사태 '대책 반장'으로 변신한다.
금감원은 20일 조 국장을 여신전문검사실장으로 인사 발령 냈다고 밝혔다. 최수현 금감원장이 직접 조 실장을 지목해 고객정보 유출사태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를 진두지휘 한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는 것이 금감원 측 설명이다.
한국은행 출신인 조 실장은 1997년부터 금감원에서 10년 이상 대부업 관련 업무를 담당한 서민금융 전문가다. 하지만 그가 2011년부터 2년 9개월 저축은행검사국장을 담당하는 동안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그를 '저승사자'라고 부를 정도로 공포의 대상으로 여겼다. 그가 부실을 낱낱이 파헤친 결과 저축은행이 하나 둘 영업정지를 당하기 시작했고, 사태가 끝날 때까지 직접 문을 닫은 저축은행 수는 33개사에 이르렀다. 당시 그는 집에 가는 날보다 여의도 금감원 사무실에서 숙식을 하는 날이 더 많을 정도여서 직원들로부터도 기피 대상이었다.
앞서 외환위기 전후로 저축은행의 전신인 상호신용금고를 정리할 때 정확히 100개의 신용금고를 퇴출시킨 사람도 바로 그였다. 그의 물불 가리지 않는 추진력은 외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때문에 그가 사상 최대의 정보 유출로 어수선한 카드 업계 검사실장으로 투입한 것을 두고 카드업계는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그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집에 가지 않고 일을 하더라도 시장에서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반드시 질서를 바로 잡겠다"며 "금융회사들이 정보 유출을 막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퇴출된다는 생각을 갖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이미 업무 파악도 마친 듯했다. 전날(19일) 여전감독실장으로 이동하라는 언질을 받았다는 그는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시점을 중심으로 1년 전과 1년 후의 보이스피싱 건수를 분석해보니 큰 차이가 없어 2차 피해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만에 하나 잘못 쓰일 가능성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축은행 사태를 바로 잡았듯이 그 때처럼 일하면 되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카드업계에서 또 한번 저승사자가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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