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이 20일 6ㆍ4 지방선거의 상징인 서울시장 후보 양보론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시장이 안 의원의 양보 요구에 "시민에게 도움이 된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아 "백 번이라도 양보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민주당은 '양보 불가'로 맞서 야권 주도권 다툼의 전선이 전방위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박 시장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안 의원의 후보 양보 요구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제가 백 번이라도 양보해야 된다"면서 "기존의 정치적 시각과는 다른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 자꾸 이간을 시키려고 노력한다"고 언론에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앞서 안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2011년 서울시장 후보와 2012년 대선 후보 자리를 양보한 것을 두고 "이번에는 양보 받을 차례 아닌가"라고 민주당 또는 박 시장을 향해 사실상 후보 양보를 요구했다.
박 시장의 이날 발언은 단서를 달았다는 점에서 원론적 언급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안 의원 측이 확실한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에게 도움이 된다면"이라고 조건으로 달았다는 것은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 박 시장은 최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도 "(양보가) 경제적인 빚처럼 갚아야 하고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안 의원 측도 논란이 일자 "앞으로 우리가 더 이상 후보 직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전달한 것일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은 공식 대응을 자제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박지원 의원은 "안 의원 본인이 서울시장에 나오면서 양보하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박 시장은 민주당원인 만큼 당과 당으로 얘기해야지 개인과 개인으로 얘기할 수 있는가"라며 "이것만 봐도 정치적 감각이 없다"고 비판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도 "새정치를 한다면서 나눠먹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이날 '안풍(안철수 바람)'이 거센 광주를 찾아 텃밭 지키기에 나서면서 야권 재편 주도권 경쟁도 한층 격화하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광주 양동시장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여러분의 뜻이라면 민주당은 무엇이든 내려놓겠다"면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호남의 뜻을 외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어떤 고통도 감당할 각오가 있다"고 혁신을 강조했다. 지난 총선ㆍ대선의 패배로 민주당에 실망하고 '안철수 신당'에 기대를 걸고 있는 호남 민심을 되돌리고 안풍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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