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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새해 1호 문건 "우리 밥그릇, 우리 양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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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새해 1호 문건 "우리 밥그릇, 우리 양식으로"

입력
2014.01.2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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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 2인분, 돼지갈비 2인분, 조기구이, 낙지볶음, 잡채, 냉면 2그릇'

한 중국인이 손님 1명과 함께 베이징의 한국 식당에 와 주문한 식사량이다. 물론 2명이 이 많은 음식을 다 먹는 건 아니다. 절반은 남는다. 그런데도 이렇게 시키는 것은 체면 때문이다. 중국인은 음식이 충분히 남아야 제대로 접대한 것으로 여긴다. 실제로 중국 고급 식당에선 식사를 다 마친 식탁에 요리가 적지 않게 남아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식탁에서 낭비되는 음식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2,000억위안(35조원)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다. 2억 인구가 1년간 먹을 수 있는 양식이다.

중국인들의 이 같은 식습관과 식량 소비의 증가로 중국의 식량 안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해마다 처음 발표하는 정책 문건인 '1호 문건'을 20일 냈다. 올해는 '식량안보 확보'를 첫 번째 지시사항으로 못 박았다. 중국에선 지난 11년간 1호 문건이 항상 농민과 농업에 관한 것이었다.

특히 올해 1호 문건은 "새로운 정세 아래 국가 식량 안전 전략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며 "제 밥그릇은 제 손으로 받쳐 들고 있어야만 한다는 것은 치국(治國)의 오랜 기본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문건은 나아가 "국내 자원 환경과 식량 공급 구조 및 국제 무역 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자급자족 원칙 아래 식량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과학 기술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13일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2014년 경제 정책의 중점 과제 중 하나로 식량 안보 확보를 꼽았다. 지난달 24일 중앙농촌공작회의에서도 "중국인의 밥그릇은 중국인의 양곡으로 충당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처럼 중국 지도부가 식량 안보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인구(2013년 말 13억6,072만명) 대비 경작지 면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1인당 경작지 면적은 1,000㎡로 세계 평균인 2,25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더구나 경제 성장과 도시화에 따른 토지 전용, 육류 소비 증가에 따른 목초지 증가, 과일과 채소 등 다양한 작물의 재배로 최근 곡물 경작지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1978년과 2012년을 비교하면 쌀의 재배 면적은 12.5%, 밀은 16.5%가 감소했다. 물론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늘어 2013년 중국의 식량 작물 생산량은 10년 연속 증가, 사상 처음 6억194만톤을 달성했다. 당장 식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할 수준은 못 된다고 하더라도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중국 지도부의 판단이다.

중국 지도부가 주목하는 것은 최근 곡물 수입량 폭증이다. 2008년 7억달러에 불과했던 중국의 곡물 수입액은 2012년엔 47억5,000만달러까지 늘어났다. 5년간 연평균 60.5%의 증가율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식량자급률이 2012년 이미 90% 이하로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1호 문건에선 또 전면 심화 농촌 개혁과 농업 현대화 추진 가속화, 농업보호제도 강화, 농촌 토지제도 개혁, 농촌 금융제도 혁신 등도 중점 추진 사항으로 제시했다. 특히 농민들의 장기임대형 토지경작권인 청바오(承包)를 사실상 소유권에 버금가는 권리로 인정한 조치가 주목된다. 중국에선 현재 모든 토지가 국가 소유여서 일반 농민은 지방정부에게서 받은 농지에 대한 장기경작권만 인정받는데 이를 '청바오'라고 한다. 앞으로는 이를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시하고 각종 자금을 대출받아 다른 사업에 투자할 수 있고, 자신의 토지 경작권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을 수도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농민들에게 토지에 대한 준소유권을 준 것과 다름없다며 대규모 농업을 유도하는 효과로 이어질 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천시원(陳錫文) 중앙농촌공작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은 "청바오 경영권을 담보로 제시하는 것은 토지의 기대 수익을 담보로 내놓는 것이며 농민과 은행의 약정은 3년 혹은 5년이어서 집체소유제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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