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고객 정보유출 사건이 20일 해당 금융사 임원진 줄사퇴로 확산되자, 문책의 칼끝이 이제 금융당국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거듭된 고객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대로 대처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한화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에서 16만여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됐고, 농협은행에서도 3톤 분량의 고객 개인정보가 폐지수거업체로 넘어갔다. 12월에는 SC은행과 시티은행에서 13만여건의 고객대출정보가 유출됐다. 하지만 그때마다 금융당국은 엄포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왔다.
이번 사건에서도 안이한 대처가 계속됐다. 지난 8일 검찰 수사로 사건이 처음 실체를 드러낸 당시 금융감독원은 "이름 휴대전화번호 직장명 주소 등 개인정보와 신용정보 일부만 유출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또 국민ㆍ농협카드의 경우 지주회사 체제여서 은행 고객 정보도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은행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런 금감원의 해명은 지난 주말 카드사들이 유출 피해자에게 피해 내역을 고지하면서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검찰로부터 사건을 전해들은 10일 동안 기초적인 피해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피해자들의 분노가 확산되자 이번엔 허둥대느라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피해사실 고지가 늦어지면서 고객들 불만이 높아지자, 금감원은 해당 금융사를 "17일부터 해당 고지 서비스를 개시하라"몰아붙였다. 결국 시간에 쫓긴 금융사들이 본인인증절차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서비스를 개시하는 바람에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유명인들의 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공개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피해고객들의 불안은 이제 누출된 정보로 인한 2차 피해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비밀번호 등은 유출되지 않아 안심해도 된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지경이다.
보다못해 감사원과 검찰이 나섰다. 감사원은 이날부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인다. 이번 감사는 동양그룹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 대응의 적절성에 집중되는 것이지만, 카드정보유출과 관련해서도 감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19일 창원지검에서 수사중인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국민적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인 만큼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는 만큼 금융당국에 대한 문책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많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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