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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월 21일]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 건립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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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월 21일]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 건립의 의미

입력
2014.01.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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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했던 중국 하얼빈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19일 개관됐다. 역의 귀빈실 일부를 개조한 200㎡ 기념관에는 안 의사의 흉상과 사진, 각종 사료들이 전시됐다. 플랫폼의 저격 현장에는 '안중근 의사 격살 이등박문 사건 발생지, 1909년 10월 26일'이라는 표지판이 내걸렸다. 그 동안 하얼빈역 귀빈실 앞쪽 플랫폼 저격 현장에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바닥에 붉은 삼각형 표식만 그려져 있어 누구도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기념 표지석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중국은 기념관 건립으로 화답했다. 기념관 자리는 1930년대 일제가 이토를 추모하는 비석이 있었던 곳이다.

중국이 안 의사 의거를 기념하는데 이렇게 열의를 보인 것은 과거에 비쳐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우리 정부는 2006년 이후 꾸준히 표지석 설치를 요청했으나 중국은 일본의 막대한 경제원조를 의식해 이를 꺼려왔다. 재중 한인사업가가 2006년 사비로 하얼빈 중심가에 세운 안 의사 동상을 열흘 만에 철거했고, 2009년에는 의거 100주년임에도 각종 기념행사를 불허했다. 일본과의 경제관계뿐 아니라 이민족이 자기 땅에서 요인을 암살한 사건이 중국 내 소수민족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우려한 측면도 적지 않았다.

중국이 달라진 것은 경제적으로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 대국이 됐다는 자신감에다 일본이 2010년 분쟁지인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 한데 이어 안보와 역사에서 잇따라 우경화를 밀어붙인 데 대한 반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표지석 문제가 불거졌을 때 "안중근은 범죄자"라고 했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어제 다시 안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며 격하게 항의했다. 일본 언론들도 "일본을 압박하기 위한 한중 역사인식 공조"라고 평가했다. 엄연한 역사적 사실조차 정치문제로 호도하려는 뒤틀린 인식이 문제의 근원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일본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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