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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큰 매' 피하려면 '작은 매' 극복해야

입력
2014.01.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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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원전이 처음 도입돼 원자력발전을 통해 전력 공급을 시작한 고리원전 1호기는 1971년 11월에 착공해 1977년에 완공, 78년 4월에 상업운전을 시작한 국내 최초 상업용 원자로(설비용량 58만㎾급)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한 나라가 되었으며, 83년 월성 원자력 발전소 3호기 준공으로 우리나라 전력량은 처음 1,000만kW를 돌파했다. 이후 원자력발전은 우리나라의 주요 전력시설로 자리 잡았으며, 풍부한 전력에너지를 기반으로 국가 경제발전의 견인차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1970년대에 들어 두 차례의 석유 파동을 겪으면서 원전의 도입이 급증하였다가 79년 미국의 TMI 와 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하여 반핵과 함께 반원전 운동 심화로 20세기 말까지 침체기를 맞는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 원자력의 부활, 즉 원자력 르네상스가 국제적으로 논의되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세계 에너지 수요가 현재보다 50%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지만, 화석연료의 가용량에 대한 전망은 해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또 온실가스 방출 감축의무 이행을 위한 교토의정서가 1997년에 채택되고 2004년에 발효돼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방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적인 환경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원자력은 상용화된 대규모 에너지 기술로 세계적 주요 전력 공급원으로 평가되기 시작했고, 21세기 에너지 안보 제고에 주요한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자력 르네상스로 부풀었던 원자력계에 큰 충격이었다. 이는 원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많은 국가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은 '그래도 원자력밖에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원자력계는 설상가상 원전 비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년간 나라 전체를 격분시킨 원전비리는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발본색원(拔本塞源)을 지시하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원전비리는 우리나라가 원자력을 처음 도입한 7, 80년대 근대화의 시대적 배경과 무관치 않다. 오직 앞만 보고 달려왔고, 기술 불모의 땅에서 원전 산업을 시작하다 보니 태생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었던 것이다. 원전 콘크리트 외벽공사도 어려워하던 건설 현장에 외국인의 모습은 사라지고 명실상부한 완전 국산화 시대를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40년의 세월 동안 자기 성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원전 산업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의 자산을 시스템적으로 엮어내는데 아직 익숙하지 않다. 많은 품질 관련 문서의 위조 사례에서 드러났듯 조직 내의 업무 관련 영역을 체계화하고 고유한 자산으로 만드는데 미숙했다. 결국, 이러한 토양이 크고 작은 비리가 퍼져나가는데 일조한 것이 사실이다. 원전 비리의 단호한 척결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모든 비리에 대해 이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준엄한 경고장을 준 것이다. 비리는 속히 철저하게 일소(一掃)돼야 한다.

고려 말과 조선 초에 걸쳐 당대 최고의 문인이던 권근 선생은 '큰 매와 작은 매'론을 일갈한 바 있다. '큰 매'를 피하려면 잦은 '작은 매'를 맞아 극복해야 한다는 역설적 의미를 담고 있다. '큰 매' 즉, 국난을 방지하기 위해선 '작은 매' 즉, 잦은 소규모 침입에 맞서 싸워 극복해 나가며 국가를 튼튼히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원전 산업과 관련해 지 해 우리는 각종 비리로 국민에게 많은 '매'를 맞았고, 아직도 종착점은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따가운 회초리를 권근 선생의 '작은 매'로 보는 것은 어떨까. 후쿠시마 사태가 보여주듯 대재앙을 우리는 반복하지 말라는 국민의 냉엄한 회초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비리 척결의 과정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큰 매'를 맞지 않기 위해 맞고 있는 '작은 매'라면 기꺼이 맞아야 한다. 비리의 잔재를 반드시 뿌리 뽑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최고의 원자력발전을 우뚝 세우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군철 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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