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돈키호테 연구 학자로 돌아가는 박철 한국외국어대 총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돈키호테 연구 학자로 돌아가는 박철 한국외국어대 총장

입력
2014.01.20 12:01
0 0

박철(65) 한국외국어대 총장이 스페인의 유명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1547∼1616)의 소설 를 국내에서 처음 완역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한국외대 스페인어학과 교수인 그는 2004년 스페인어로 된 를 우리 말로 바꿨다. 732쪽 분량이다. 출간 400주년을 기념해 2002년 말 '외대 BK21 세르반테스 연구팀'을 만들어 2년 만에 완역에 성공한 것이다.

박 총장은 스페인 전문가로 통한다. 스페인 정부 장학생으로 선발돼 마드리드국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땄고, 한국외대 교수가 된 뒤 한국ㆍ스페인 우호협회 회장을 거쳐 2009년엔 스페인 왕립한림원 종신회원이 됐을 정도다. 한국과 스페인 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스페인 정부가 주는 훈장도 여러 차례 받았다. 완역을 계기로 문학을 포함한 그의 스페인 연구는 무르익을 것으로 보였지만, 잠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2006년 한국외대 총장에 선출된 때문이다.

한국외대 사상 첫 연임 총장 기록을 세우고 3선이 유력시되던 그는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학이 정치판처럼 변질한 현실에서 유력 총장 후보의 출마 포기는 드문 일이다. 박 총장에게 20일 그 이유를 물었다. "총장이 되면서 세웠던 목표를 대부분 이뤘다고 판단했어요. 유능한 교수에게 기회를 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못다 한 돈키호테 연구도 하고 싶었습니다."

다음달 퇴임하는 그는 상반기 중에 스페인으로 건너가 현지 왕립한림원과 대학에서 돈키호테 연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체류 기간은 6개월 정도.

"내년이면 세르반테스 타계 400년이 됩니다. 관련 행사가 현지에서 대규모로 열릴 겁니다. 여기에 맞춰 돈키호테 연구 업적을 내놓을 생각이에요."

8년의 총장 재임 기간 소회가 궁금했다. "아무래도 2012년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외대를 찾은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서울대를 제쳐놓고 한국외대를 방문한 건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봤기 때문 아닐까 해요. 외교관과 기업인 등 한국의 기적을 만든 주역들을 숱하게 배출했고,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외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국외대의 글로벌화에 후한 점수를 줬을 겁니다."

후일담 하나도 소개했다. "제 키도 작은 편이 아닌데, 오바마 대통령의 키가 크다고 들어서 일부러 키높이 구두를 사 신었어요. 5~6분 동안 따로 얘기를 나눴는데 매우 서민적이고 여유가 느껴졌어요."

평소 쓴소리를 잘하는 박 총장은 정부의 대학 정책에 대한 비판도 주저하지 않았다. "대학 운영은 기본적으로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게 정답입니다. 입학생 수가 줄면 대학 운영이 어려워지는 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일률적으로 정원 감축이나 학과 통폐합 같은 걸 추진해선 곤란합니다. 대학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원 감축의 대안은 적극적인 유학생 유치입니다. 외국 유학생 문호를 크게 넓히면 학력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들의 고민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어요. 오겠다는 유학생을 막는 우는 범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글ㆍ사진

김진각기자 kimj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