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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군이 중국 식민지? 일본학자들 억측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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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군이 중국 식민지? 일본학자들 억측일 뿐"

입력
2014.01.2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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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군은 한나라 무제가 기원전 108년 위만조선을 멸망시키고 한반도와 만주 지역에 4개 행정구역을 설치해 한국인들을 식민 지배했다는 것이 일제 강점기 식민사학의 통설이다. 한사군은 압록강 유역의 현도군, 평양ㆍ평안도의 낙랑군, 함경남도의 임둔군, 황해도ㆍ경기도의 진번군 등으로 알려져 왔다. 일제는 총독부 직속으로 '조선사편수회'를 만들어 식민사관을 조직적으로 만들어 전파했다. 식민사관은 한반도 북부가 한사군이라는 중국 식민지였고, 한반도 남부는 임나일본부란 일본 식민지였다고 강변함으로써 우리의 독립 의지를 말살시키려 했다.

이 같은 식민사관은 해방 후 국내에서 많이 극복됐지만 서구에서는 여전히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런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으려고 미국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마크 바잉턴(51) 박사는 최근 동북아역사재단의 도움을 받아 하버드대에서 영문으로 를 펴냈다.

바잉턴 박사는 서구 학계에서는 유일하게 고구려사를 전공한 전문가다. 미 노스플로리다대에서 아시아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한국고대사로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글뿐만 아니라 를 영역할 정도로 한문에도 능숙하다.

미 공군으로 대구에서 2년간(1983~84년) 근무하면서 한국 고대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바잉턴 박사는 한국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사군 설치가 곧 한반도의 중국 식민지화라는 식민사학의 해석은 한국사를 왜곡시킨 뿌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사군이 한반도에 설치된 것은 맞지만 토착문화를 없애거나 한반도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사군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동북아 고대사 연구의 핵심 열쇠가 한사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제시대 일본학자들은 한사군 설치가 곧 중국의 한반도 식민지화라고 왜곡했다. 현재 한국 학계는 이런 식민사학을 많이 극복했다. 하지만 서구 학계는 여전히 식민사학의 영향권에 있다. 1930년대 일본학자들이 발표한 연구결과의 영역본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사군 위치와 관련해 기존 학설과 다른 점은.

"일제시대 식민사학의 한사군 연구는 음성(音聲)적 유사성에 기초했다. '환도'가 현재의 중국 지안(集安)에 위치했으므로 '환도'와 발음이 비슷한 '현도군'도 지안에 위치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내가 볼 때는 음성적 유사성 보다는 고고학적 데이터가 더 믿을 만하다. 최근 지안에서 출토된 발굴물에서 한인(漢人) 정착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최초의 현도군이 한반도 동북부 해안지역에만 있었고, 현지인들의 저항으로 몇 년 뒤 철폐됐다는 것이다."

서구학계에서는 한사군 범위를 한반도 동북부와 중국 지안, 그 사이의 산악지대를 모두 포함한다는 일제 식민사학의 통설을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바잉턴 박사는 최초의 현도군(기원전 105~기원전 75)이 한반도 동북부 해안에 국한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한 현도군이 고구려 최북단 국경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좁은 지역(랴오닝성 푸순시와 지안 퉁화 사이)에만 위치했고 고구려 같은 주변의 비(非)한인들과의 의존관계 및 요동군에게서 받을 수 있었던 보호로 그 범위가 한정된 군(郡)으로 보고 있다.

-한사군이 '중국의 식민지'가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한사군은 중국의 속국이나 식민지가 아니다. 그런 시각은 일제시대 일본학자들의 주장이다. 서구 학계는 이런 잘못된 시각으로 한국사를 보고 있다. 한사군이 한반도 북부에 설치됐지만, 한민족이 자체 역량으로 이를 물리치고 발전했다는 데 초점을 두고 싶다. 이는 지금까지 서구 학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타율적인 한국 고대사'를 비판하고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성장'을 강조하는 것이다."

한국 고대사 학계의 대표 학자인 노태돈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해외 학계에 아직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일제 식민사학으로 인해 왜곡된 한국 고대사를 바로잡기 위한 바잉턴 박사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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