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대에 선 스케이터의 얼굴이 바뀌었다."
국제빙상연맹(ISU)은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2014 유럽선수권대회 이틀 째 소식을 전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안현수(29ㆍ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대회 남자 500m의 금메달을 목에 걸자 그의 사진과 함께 경기 결과를 상세히 보도했다.
안현수는 대회 첫 날(18일) 1,500m에서는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종합 순위 포인트에서도 1,500m 우승자이자 팀 동료 세멘 엘리스트라토프(러시아ㆍ당시 34점)에게 한 참 뒤졌다. 하지만 둘째 날 열린 500m에서 우승하며 순위 포인트에서 공동 선두에 올랐다. ISU는 "안현수와 엘리스트라토프가 같은 선상에서 대회 마지막 날을 맞이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 싱거웠다. 안현수가 남자 종목에 걸린 남은 금메달 3개를 모두 싹쓸이한 것이다. 안현수는 20일 열린 남자 1,000m와 3,000m 슈퍼파이널에 이어 5,000m 계주까지 이날 걸린 3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이로써 1,500m를 제외한 모든 종목에서 우승한 안현수는 대회 4관왕에 올랐고 순위 포인트에서 102점을 얻어 엘리스트라토프(60점)를 멀찌감치 제치고 종합 우승까지 차지했다.
ISU는 "1,000m에서는 러시아 선수가 1~3위를 차지했고 3,000m 슈퍼파이널에서는 6명의 선수가 끝까지 각축을 벌였지만 안현수를 제친 선수는 없었다"며 "안현수는 러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유럽선수권을 제패한 첫 번째 스케이터가 됐다"고 전했다.
안현수는 1,000m 결승에서 1분24초940의 기록으로 엘리스트라토프(1분25초215)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상위 9명의 선수가 출전한 3,000m 슈퍼파이널에서도 4분47초462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또한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러시아(6분45초803)의 승리를 이끌고 4관왕을 달성했다.
이처럼 안현수가 올림픽 최종 리허설을 성공적으로 마치자 한국 남자 대표팀은 더욱 긴장하는 모양새다. 대표팀은 이미 지난해 10월 안방에서 열린 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안현수에 번번이 당하며 단 1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했다. 당시 안현수는 모든 종목에서 시상대에 오르는 등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선전했다. 한국은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수모를 당했다.
현재 남자 대표팀의 강력한 라이벌은 지구력과 순발력을 동시에 겸비한 샤를 아믈랭(캐나다), 우다징(중국) 그리고 안현수다. 최근 컨디션만 놓고 보면 안현수의 상승세가 으뜸이다. 더군다나 2014 동계 올림픽은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다. 빙상연맹과의 갈등, 소속팀의 해체 등으로 국적을 바꾼 안현수가 8년 만에 출전하는 올림픽에서 금빛 레이스를 정조준하고 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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