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진보성향 문화교양 주간지 뉴요커가 최신호(27일자)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오바마를 수 차례 만나 들은 그의 가족과 외교 문제를 1만7,000자라는 장문의 기사에 담았다. 이 기사는 특히 오바마의 일상과 그의 집권 2기 구상까지 다뤄 주목을 끈다. 첫 흑인 대통령이란 점에서 이미 역사가 된 오바마는 부담 때문인지 "위대한 대통령이 아니라 남과 다른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원했다. 인터뷰에 담긴 그의 고백을 여덟 가지로 간추렸다.
오바마는 올빼미족
오바마는 두 딸 말리아(15)과 사샤(13)가 성장, 부모를 덜 찾게 되자 백악관 주최 만찬을 자주 열어 밤의 사교 생활을 즐기고 있다. 오바마는 "내가 올빼미가 됐다"며 "칵테일 마티니를 한 두잔 마시고 종종 새벽 1시까지 손님들을 붙잡는다"고 말했다. 말리아가 커서 영화제작자가 되길 원한다는 얘기도 처음 소개했다. 18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가수 비욘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등 각계 유명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부인 미셸의 50살 생일 파티도 새벽 2시까지 계속됐다.
대통령 가방 열어보니
오바마의 골프친구이자 여행 담당 국장인 마빈 니콜슨은 대통령의 개인 가방을 책임진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서부여행 때 오바마의 가방에는 펜과, 브리핑 서류, 금연용 추잉검인 니콜렛, 골프공에 줄을 긋는 마커의 일종인 샤피, 진통제 애드빌, 목캔디, 아이패드와 아이팟, 고열량 초코바, 블랙베리 음료가 들어 있었다. 대통령이라기 보다 운동선수 휴대품에 더 가깝다는 평이다. 오바마는 "아들이 있다면 미식축구 선수를 시키진 않겠다"고 말했는데 격렬한 경기로 인한 뇌진탕과 뇌손상 위험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역시 스포츠맨답게 미식축구 경기를 시청하는 데 중독돼 있다고 인정했다.
회고록 쓰면 200억 대박
오바마는 2017년 1월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나면 인권 교육 보건을 주내용으로 한 회고록을 쓸 예정이다. 유명 전기작가인 앤드루 윌리는 "오바마가 회고록으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액인 1,700만~2,000만달러를 벌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의 오랜 측근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대박(슬램덩크)'이라고 표현했다. 이미 회고록 집필에 들어간 부인 미셸은 남편보다는 적지만 1,200만달러나 챙길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도청 우려해 전화기 없어
오바마는 국가안보국(NSA)의 사찰프로그램이 국가간 신뢰를 훼손시킨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유럽정부들이 미국을 엿보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내가 전화기가 없고, 또 블랙베리로 어떤 것도 송신하지 않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이런 도박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놀랍다"며 유럽국가들을 겨냥했다. 오바마는 또 NSA 정보사찰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에 대해 "그가 한 일은 '워터게이트' 같은 사건이 아니다"며 사면 가능성을 일축했다.
대마초는 독한 술보다 안전
하와이 고교시절 대마초를 피운 경력이 있는 오바마는 대마초를 담배에 비유하고 "독주보다 더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대마초 흡입을 권장하는 건 아니며 두 딸에게도 건강에 해롭다고 말한다"고 선을 긋기는 했다. 마약 복용자 처벌시 부자보다 빈자가 불리한 문제도 거론했다. 부자가 찾는 고가의 헤로인 흡입에 비해 빈자의 마약인 대마초를 피울 때 형량이 더 높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결과적으로 소수인종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법이 더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는 전략보다 파트너
오바마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식 냉전 전략도, 새로운 대전략도 아니다"며 "지금은 올바른 전략적 파트너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령 이란의 경우 책임 있는 행동으로 파트너가 되면 중동은 수니-시아파가 균형을 이뤄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요커는 오바마 외교가 헨리 키신저 등과는 다른 '현실주의'로, 개입주의자들의 이상주의와 반대라고 정리했다. 그의 외교가 전통적인 미국 파워와 이념의 재조정을 요청한다는 의미다.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출신인 앤 마리 슬로터는 "오바마가 미국의 힘의 한계를 잘 이해하고 있다"며 "그것은 힘의 쇠퇴와는 다른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나의 미국은 환상이었다
오바마는 "집권 이후 가장 실망한 것이 레드(공화당)와 블루(민주당)로 분열된 워싱턴 정치를 인정해야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하나라는 것은 실질적 의미에서 환상이란 비판도 했다. 진보적이란 지적에 대해선 "나는 이념적이지 않으며 어떤 것을 하려는 열정이 있고 매우 실용적"이라고 반박했다. 오바마는 집권 2기 역점 과제로 '경제 양극화 해소'와 '중산층 재건'을 제시했다. 그는 임기가 끝나는 2016년 말에 이 두 가지 작업의 추진 정도에 따라 스스로 업적 점수를 매기겠다고 다짐했다.
'흑인' 대통령은 한계가 있다
오바마는 자신에 대한 호불호가 아직 피부색에 좌우되는 현실을 인정했다. 그는 "일부 사람들이 흑인대통령을 싫어해서 나를 싫어하는 게 의심의 여지가 없고, 반대로 흑인들이 내가 흑인대통령이라 좋아하는 것 역시 사실"이라고 말했다. 갤럽이 지난 14~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의 지지율은 39%에 불과했고 반대의견은 53%에 달했다. 이 같은 오바마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백인 지지층의 이탈이다. 오바마가 대선에서 백인들로부터 얻은 지지율은 2012년 39%, 2008년 43%였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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