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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흥정·몸값 노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소행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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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흥정·몸값 노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소행 추정

입력
2014.01.2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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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일 한석우(39) 코트라 트리폴리 무역관장을 납치한 범인의 정체를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피랍 사건의 범인을 자처하는 단체가 나타나지 않은데다 인질의 안전 문제가 달려있는 만큼 섣불리 납치 주체를 단정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지 정정(政情)이나 피랍 당시 정황으로 미뤄볼 때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치안 상황이 악화일로인 리비아에서 금품 강탈 목적 또는 종교적 이유로 외국인을 공격하거나 납치하는 사건은 드물지 않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괴한 4명이 운행 중인 차량을 강제로 정차시키고 무기로 위협해 한 관장을 납치했다는 점에서 범행 목적이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단순 납치보다는 한 관장 석방의 대가로 정치적 흥정을 하거나 리비아 또는 한국 정부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뜯어낼 목적으로 특정 무장 세력이 벌인 범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범행 주체로는 이슬람 급진주의자 단체가 우선 지목된다. 주로 리비아 동부 제2의 도시 벵가지와 다르나에서 활동해온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행동 반경이 최근 서쪽 트리폴리까지 확대됐다는 점에서다. 벵가지와 다르나에서는 정부 관계자와 군인을 겨냥한 테러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당장 지난달 1일 발생한 트리폴리 FM 라디오 음악방송 사장 피살 사건의 주동자로 의심 받고 있는 세력도 이슬람 원리주의자 단체다.

리비아는 42년 동안 철권통치를 해온 무아마르 카다피가 2011년 10월 반군에 살해된 이후 사실상 무정부상태에 빠졌다. 과도정부 역할을 하고 있는 제헌의회가 여태 헌법도 제정하지 못할 만큼 통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지역과 부족에 기반한 무장단체 1,700여곳이 난립해 있다. 미국이 카다피 축출 과정에서 반군에 무기를 대주며 지원한 것이 화근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반(反)카다피 세력의 근거지이자 국가 주요 수입원인 원유의 대부분이 매장된 동부 지역이 이달 초 일방적으로 자치정부 수립을 선언, 내전 재발과 분단의 우려가 제기된다. 제헌의회는 이달 18일 친(親)카다피 무장단체가 남부 세브하의 공군기지를 점거하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치안 부재 상황이다 보니 외국인에 대한 테러와 납치가 빈발하고 있다. 2012년 9월 동부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이 이슬람 무장단체의 공격을 받아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이 대표적이다. 수도 트리폴리에 주재한 러시아 대사관이 공격을 받아 5명이 숨지거나 부상했던 지난해 10월에는 알리 제이단 과도정부 총리가 무장단체에 억류됐다가 풀려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 관장이 납치되기 이틀 전인 17일에도 동부 데르나에서 통신회사에 근무하는 이탈리아인 2명이 무장괴한에 납치됐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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