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빼고 국내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농가에서 발병한 사례는 모두 4번이었다. 그 중 2008년 봄 42일간 이어진 발병사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겨울에 발생했고 기간도 100일을 넘겼다. 때문에 올해 AI사태가 얼마나 길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학계에 따르면 겨울철에 AI 발병기간이 긴 가장 큰 이유는 추운 날씨가 바이러스의 생존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바이러스는 실온(18~20도)에서 죽은 조류 몸에서는 며칠 간 생존이 가능하다. 반면 냉장보관 상태(2~5도)에선 동물 사체에서 23일까지 살아 있는 경우도 있다. 추울수록 바이러스가 숙주로 삼는 조류의 세포의 상태가 망가지지 않고 오래 유지되는 탓이다. 여기에 철새 분변이나 사체에 쌓인 눈이 방역 당국이 살포한 소독약의 접촉을 차단한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바이러스는 냉동상태에서는 몇 달 동안 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사람 감기가 겨울에 심하듯 동물도 겨울에 증상이 심하다"면서 "추운 기온이 AI 증상을 악화시키고 연이어 체외 바이러스 배출량도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설 연휴 역시 AI 사태를 연장시킬 가능성이 크다. 전국적으로 차량이 이동하면서 철새 분변을 전국으로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찾아온 성묘객이 들이나 산에서 철새 분변을 묻혀 가금류 농장으로 갈수도 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제까지 AI 방역에 성공하고 있다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예전보다 방역능력이 크게 향상돼 초동 대응이 빨랐다는 것. 예전에는 신고 접수 후 역학조사에 나서면 전적으로 주민 진술에 의존하느라 전파 여상 경로 조사가 더뎠는데 이번엔 농장에 일하는 차에는 의무적으로 위치추적장치(GPS) 장착돼 있어 예상 경로를 일찍 차단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정부는 21일 0시 예정대로 일시이동중지(Standstill)을 해제했다. 권재한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모든 위원들이 AI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는 만큼 이동중지 명령을 해제하는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추가 의심신고가 없고 24개 농장에서도 특이증상이 없는 것을 이동중지 명령 해제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긴장을 풀기는 이르다. 먼저 보균상태인 철새들이 남쪽에서 북상하면서 감염지역을 넓힐 수 있고 또 가창오리가 전염시킨 다른 야생조류가 새 감염원이 될 수 있다.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H5N8형 AI의 경우 아직 어떤 조류에 강하고 약한지 알려진 사실이 없다.
권 국장은 "철새는 막을 수 없는 만큼 무엇보다 농장에서 철새 분변이 축사에 들어가지 않도록 막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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