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주재하는 한석우(39) 코트라 무역관장이 19일 오후(현지시간) 퇴근 도중 무장 괴한들에 납치됐다. 일부 강도 사건이 발생한 적은 있으나, 한국인이 리비아에서 피랍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일 외교부와 코트라에 따르면 한 관장은 19일 오후 5시30분(한국ㆍ20일 새벽 1시30분)께 트리폴리 시내에서 개인 화기로 무장한 괴한 4명에게 납치됐다. 납치범들은 자신들의 차량으로 한 관장의 차량을 추월해 가로 막은 뒤, 이라크인 운전기사는 남겨둔 채 한 관장만 납치했다.
발생 직후 운전사로부터 사실을 확인한 현지 한국 대사관은 리비아 외교부와 국방부, 정보부, 경찰은 물론이고 지역 민병대와도 접촉, 한 관장의 안전 여부와 소재 파악에 나섰다. 또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안전 석방을 위한 협상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피랍 당시의 정황상 한 관장을 미리 점 찍은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그 목적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금품을 노린 단순 납치 가능성이 크지만, 현지 부족이나 종교 갈등은 물론이고 알카에다 세력과 연계된 이슬람 급진주의자 소행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리비아 동부 벵가지와 다르나에 국한됐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활동 반경이 최근 서쪽의 트리폴리까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관계 부처와 코트라 관계자가 참석한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이정관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를 단장으로 하는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을 설치했다. 또 주한 리비아 대사관 대사대리도 불러, 협조를 당부하는 한편 리비아에 대해 여행금지를 권고하는 특별여행경보를 발령했다.
리비아에는 교민 551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한 관장은 지난해 7월 홀로 부임해 현지 직원과 함께 근무해왔다. 한 관장 가족은 리비아 인근 지중해 몰타에 거주하고 있다. 리비아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카다피 잔당세력과 민병대, 각 지역 무장단체 사이의 이권 다툼으로 유혈 충돌이 끊이지 않는 등 치안이 불안한 상태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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