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ㆍ오후 5시 35분)
축구선수를 꿈꾸던 지혁이의 일상에 불행이 스며든 것은 재작년 여름이다. 갑자기 허벅지에 통증을 느꼈던 지혁이. 단순한 성장통이라 여겼으나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통증과 함께 허벅지가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찾아간 병원에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지혁이의 오른쪽 다리뼈에 악성 종양이 생겼다고 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병마와의 싸움. 종양이 자리 잡은 골반부터 허벅지까지 18cm가량 뼈를 잘라내고, 인공 관절을 이식하는 대수술을 해야만 했다. 암세포와 싸우며 힘겨운 항암 치료를 견뎌냈지만,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병의 특성상 재발의 위험이 커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듯 불안한 가족. 축구선수를 꿈꾸던 지혁이에게 건강했던 날들은 아득한 시간이 돼버렸다.
아프기 전까지 축구 선수로 활동했던 지혁이는 더는 축구도, 달리기도 할 수 없다. 약해진 오른쪽 다리는 살짝만 넘어져도 골절로 이어져 늘 집에만 갇혀 지내는 지혁이. 짧은 외출에도 두려움을 느끼는 탓에 1년 6개월째 학교에도 가지 못했다.
항암 치료를 받으며 달라진 외모와 절뚝이는 걸음 역시 마음의 상처가 돼버린 지혁이. 힘든 투병을 하는 동안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은 마음마저 병들게 했다.
그런 지혁이에게 또다시 고비가 찾아왔다. 인공 관절 이식으로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오른쪽 다리와 달리 정상으로 자라는 왼쪽 다리. 이대로는 다리 길이가 점점 더 달라져 걷는 것이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결국 지혁이는 왼쪽 다리가 더 이상 자라지 않도록 수술로 성장판을 닫기로 했다. 꿈을 잃은 지혁이는 절망 속에서 유난히 긴 열다섯 번째 겨울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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