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았다”며 한국에 난민을 신청한 아프리카 우간다 여성이 국내 항소심 재판에서 패소해 강제 출국될 위기에 처했다.
우간다 국적의 A씨는 2011년 2월 23일 단기상용(C-2) 체류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해 2달 뒤 난민인정 신청을 했다. A씨는 당시 “동성애를 탄압하는 우간다 사회에서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마을 주민들이 2011년 2월 21일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와 여동생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대부분 인정해 국내 법원 최초로 성 정체성을 이유로 난민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우선 “우간다 정부가 동성애자를 탄압하는 사실이 인정돼 A씨가 귀국할 경우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이어 “병원 검진 결과 ‘동성애자인 자신 때문에 소중한 가족이 화재로 사망한 것에 대해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심리학적 평가에서도 일관되게 동성애 성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결론은 달랐다. 서울고법 행정4부(부장 성기문)는 A씨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불인정처분 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0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이 우간다 사회가 동성애자들을 탄압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A씨가 정말 레즈비언인가’에 대해서는 새롭게 제시된 객관적 정황 증거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다. 문제의 증거는 A씨가 과거 독신자 간 만남을 주선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공개 구혼했고, 실제 여러 남성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은 기록이다. A씨는 이에 대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이성애자 행세를 하며 공개 구혼 사이트에 가입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부는 “심리학적 소견을 객관적 증거로 인정하기 어렵고 A씨 가족의 거주 지역에서 2011년 2월경 화재 발생 내지 사망 사건 접수가 없었다고 확인된다”며 “방화가 일어날 정도로 탄압받았다는 주장과 달리 A씨가 ‘마을주민들로부터 직접적인 협박을 받지는 않았다’고 진술하는 점까지 고려하면, A씨가 동성애자였다는 주장에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소송 결과가 확정되면 출입국관리소는 A씨가 국내에 머무를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체류 기간 연장을 불허할 방침이다. 사실상 강제출국 절차가 진행된다는 얘기다. A씨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인은 “A씨와 상의해 금명간 상고 여부를 결정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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