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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절매냐… 계속 보유냐… KIC의 'BoA주'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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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절매냐… 계속 보유냐… KIC의 'BoA주' 딜레마

입력
2014.01.1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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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주가 반토막2조원 투자한 메릴린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BoA에 합병됐지만 맥 못춰"제값 받을 때까지 보유" 공식입장 속 금기 사안

투자 반대했던 안홍철 사장"매각 검토… 한달 내 결론" 손절매 가능성 시사 불구최근 BoA실적 개선에 자칫 "성급했다" 비판 우려

개미 투자자들은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 늘 고민을 한다. 손절매를 해야 할지, 아니면 주가가 만회될 때까지 계속 들고 있어야 할지.

60조원 넘는 자산을 굴리는 한국의 국부(國富)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지금 똑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벌써 6년째 해묵은 사안이지만, 지난달 안홍철 사장이 취임하면서 조만간 중대 결단을 내릴 태세다. 만약 손절매에 나선다면 그 규모는 1조원에 육박한다. 과연 KIC는 이 어마어마한 손실을 확정할 수 있을까.

발단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IC가 출범한 지 불과 2년여가 지난 2008년 1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막 불거지던 당시 유동성 위기설이 나돈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 주식을 20억달러어치 사들였다. 투자액이 2조원이 훨씬 넘었다. 당시 KIC는 "세계적인 투자은행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라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두고두고 KIC의 발목을 잡았다. 불과 몇 개월 뒤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했고, 메릴린치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다행히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합병되면서 파산은 넘겼지만 손실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후 주가가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작년 말 현재 KIC의 메릴린치 투자분에 대한 손실액은 8억3,000만달러(8,814억원). 손실률이 41.71%에 달한다.

지금까지 KIC 내부에서 메릴린치 투자건은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없는 금기 사항에 가까웠다. 누구도 손절매에 나서 손실을 확정해야 한다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했다. "제값을 받을 때까지 보유한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었다. 심지어 2011년 7월에는 배당금 7,800만달러를 다시 BoA에 투자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물타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안 사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안 사장은 최근 미국 출장 중 뉴욕특파원 간담회에서 "별도의 팀을 꾸려 지분 매각 방안을 검토 중이며 한 달 안에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손절매에 나설 수 있다는 애드벌룬을 띄운 것이다. 안 사장이 이렇게 강공 모드로 나오는 것은 그의 이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안 사장은 2008년 메릴린치 주식 매입 당시 KIC 감사였다. 그는 당시 회의에서 "투자 타이밍이 부적절하다"며 반대의견을 냈었다.

안 사장의 이런 움직임에 시장 평가도 나쁘지는 않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투자의 효율성 측면에서 장부상 마이너스 평가를 털어버리고 새로운 종목으로 이동하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다. 만약 1조원 가까운 손실을 보고 손절매에 나섰다가 주가가 반등하기라도 하면 이번에는 "성급한 손절매에 나섰다"는 비판과 나랏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까지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BoA의 작년 매출이 전년보다 6.7% 늘어나는 등 실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것 역시 판단을 흐리게 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손실을 확정하는 경우 다시 한번 투자 책임 문제가 공론화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 책임에서는 KIC 뿐 아니라 상급기관인 기획재정부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 KIC와 함께 메릴린치에 투자했던 싱가포르투자청이 손절매 후 다른 곳에 투자해 손실을 만회한 것처럼 다른 국부펀드에서 운용의 묘를 배워야 한다"며 "BoA를 매각하더라도 이런 문제는 공식적으로 되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KIC는 20일 안 사장이 귀국하는 대로 BoA 향후 주가 전망 등을 분석해 보고하고 공식 입장을 결정할 예정. KIC 관계자는 "매각 결정도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6명의 민간위원 등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논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현재로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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