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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농업기술원 채장희 원장 "노래하는 고향마을 이장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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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농업기술원 채장희 원장 "노래하는 고향마을 이장 꿈꿔요"

입력
2014.01.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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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은 우리 농촌의 미래입니다. 2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농촌에 포진하고 있다는 것, 엄청난 일이죠.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경북농촌이 되도록, 이들이 우리 사회에 화학적으로 융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채장희(60ㆍ농학박사ㆍ사진)경북농업기술원장은 사람냄새 나는 직장, 세계로 뻗는 경북농촌 만들기를 위해 말처럼 달리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실제 태어난 해는 1954년. 호적에 2살 늦게 돼 있는 덕분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직을 지킬 계획이다. "당시엔 열악한 의료환경으로 영아사망률이 높아 어른들은 출생 1~2년 뒤 완전히 살았다고 여겨질 때 출생신고를 하는 일이 다반사였죠."

요즘 그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진정한 우리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시행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한국어와 베트남어로 된 요리책을 발간, 한국문화를 익히며 사회적응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덕분에 농업기술원직원들 사이에 베트남어 공부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경북지역 농촌에 결혼이주여성이 없으면 애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어요.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한국말과 베트남어 중국어 영어 등 2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우리 농촌의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도울 겁니다."

평소 노래를 흥얼거리는 그의 퇴직 후 꿈은 가수다. 사람 냄새 나는 사회, 따뜻한 직장 만들기가 삶의 신조이기도 한 그는 가수가 돼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노래봉사를 하고 싶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고향인 상주에서 마을 이장을 맡아 봉사하고 싶습니다. 40년 경력을 살려 고향발전에 뭔가 기여하고 싶어요. 노래하는 마을 이장, 근사하지 않나요?"

그는 또 요리사를 꿈꾸고 있다. 각종 요리사자격이 있는 아내를 도우면서 요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요리를 통해 농촌의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국문화를 자연스레 전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수, 마을이장, 요리사뿐 아니라 그는 하고 싶은 것이 끝이 없을 정도다. 지난해 웃음치료사 자격증도 땄고, 4월에 있을 예정인 농산물품질관리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일과시간 이후에도 거의 쉴 틈이 없다.

지난해엔 수필과 비평 7월호에 '아버지의 체취'가 당선돼 수필가로 등단했다. 인생의 아름다움과 자연이 함께하는 농촌의 삶을 연계, 머무르고 살고 싶은 농촌을 조명하는 글을 써 볼 계획이다.

인생 2막을 앞둔 그에게 가장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통일벼' 개발이다. 통일벼는 2009년 교육과학부 산하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이 으뜸기술로 선정했다. 통일벼 개발 과정에 참여했던 그는 "통일벼는 대한민국을 배고픔에서 해방시킨 기적의 쌀입니다. 고도성장도 통일벼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괴아심(無愧我心),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자. 집 거실에 걸어놓고 한시도 잊지 않는 좌우명이다. 그는 손해 보는 삶을 살고자 한다. 손해 보는 그런 삶이 되레 편안하게 느껴진다.

강은주 엠플러스한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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