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닭, 오리 등을 조리해 파는 외식업소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말이면 치맥(치킨과 맥주)을 찾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점들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충분히 익혀 먹으면 인체에 무해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도 꺼림칙한 마음에 이들 음식점에 발길을 끊고 있다.
19일 서울 중구의 한 삼계탕 집. 주말 점심 때면 가족 단위 손님들이 2층까지 가득 차기 마련이지만 이날은 1층도 다 채우지 못했다. 식당 사장 이모(54ㆍ여)씨는 "매출이 어제는 20% 정도, 오늘은 90%나 줄었다"며 "장기화되면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져 매출 하락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닭 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도 "주문이 몰려야 할 금요일 저녁 주문량이 3분의 1 이상 감소했다"며 "(AI가 발생했다는) 뉴스의 영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AI 바이러스에 대한 걱정으로 주문을 하면서 완전히 익혀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서울 강남구 주택가에서 통닭 집을 운영하는 김명숙(58)씨는 "닭이 조금이라도 덜 튀겨 나온 듯하면 예전보다 민감하게 불만을 제기하는 손님들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AI가 발병한 가금류를 전부 살처분하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될 수 없는데다,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고 말한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대 조류질병학과 교수는 "바이러스 자체가 불에 약해 살코기 색깔이 하얗게 익어 가는 시점에 다 죽는다"며 "75도 이상으로 가열해 5분 이상 조리만 하면 살과 신경 등에 바이러스가 있다고 해도 전혀 해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분간 닭이나 오리로 만든 음식은 피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달에 대여섯 번 치킨 집을 찾는다는 회사원 최모(30)씨는 "전문가들이 하는 말은 알아듣겠지만 AI 바이러스에 어떤 변종이 생겼을지 모르고, 검역을 거치지 않은 닭들이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지 않느냐"며 "잠잠해졌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치킨 집은 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세 살과 여덟 살, 두 아이를 둔 주부 안모(33)씨도 "잘 익히면 된다지만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지 몰라 당분간 안 먹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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