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이제 민하야. 자 카메라 돌리고. 액션!"
조금 전까지 까르르 웃음이 끊이질 않던 10살 아인(가명)이의 표정이 금새 진지해졌다. 연기 내용은 인기 드라마였던 '꽃보다 남자'의 한 장면인 등장 인물의 학교 옥상 자살 소동 장면. 아인이가 소동을 일으킨 민하역을, 여진(12)이가 주인공 금잔디역을 맡았다. 경기 부천 한 지역 아동센터의 공부방은 두 연기자의 감성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작은 극장으로 변했고, 아인이가 올라선 책상은 근사한 무대처럼 느껴졌다. 큐 사인과 함께 두 아이는 역할에 몰입하며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감정을 이끌어냈다.
아인이는 연기 수업이 끝난 후, "원래 치과의사가 꿈이었는데 연기를 해보면서 꿈이 바뀌었어요. 앞으로 기회가 생기면 연기를 더 많이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은 영화와 뮤지컬, 방송 등에서 다양한 역을 소화하고 있는 김남훈(35)씨. 김씨는 우연히 KT의 사회공헌 사업인 '드림스쿨'을 알게 됐고, 자신의 재능을 나누고 싶어 바쁜 시간을 쪼개 멘토를 자원했다. 김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 지역아동센터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인이와 여진이를 만나러 서울 홍대 근처에서 경기 부천까지 오가고 있다. 따로 받는 보수는 없다.
아인이가 연기에 더 소질을 보이지만, 김씨가 더 신경을 쓰는 건 여진이다. 아버지만 있는 한부모 가정에서 살고 있는데다, 내성적이고 어두운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진이는 2~3주 전 처음 만났을 때 고등학교에 가면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가진 것과 다르게 겉으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어느새 여진이는 그냥 대본만 읽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진지하게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젠 제법 연기 하는 테가 난다.
김씨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연기하면 자기 안에 억압된 자아를 끌어내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며 "두 아이가 연기를 통해 자기를 알아가고, 꿈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와 아인이ㆍ여진이 사례처럼 KT의 드림스쿨은 '꿈을 멘토링한다'는 다소 생소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이다. 기존에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어, 영어, 수학 등을 무료로 가르쳐 주는 학습 멘토링은 많았지만, '연기', '작곡', '기타연주'등을 가르쳐 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은 흔치 않았다.
특히 드림스쿨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공간과 시간의 제약 없이 온ㆍ오프라인에서 멘토링이 이뤄진다는 특징이 있다. KT의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하는데, KT가 엄격하게 관리하는 각 분야 전문가가 실제로 실시간 동영상으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학생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덕분에 멘토로 참여하는 전문가들도 다양하다. 배우 안성기, 가수 김태원 같은 유명인도 멘토로 참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중파 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의 참가자, 미스월드유니버시티 출신 등이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물론 대학생, 은퇴자 등 343명의 일반인 멘토들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드림스쿨의 주요 대상자는 저소득층 가정의 청소년으로, 각 지역의 지역아동센터의 추천을 받아 이들의 희망진로, 적성, 특기 등을 조사하고 이에 적합한 멘토를 연결해 수업을 진행한다. 앞으로는 일반 학생까지 멘토링 대상을 넓혀 더 많은 학생들의 꿈을 응원할 계획이다.
KT의 ICT를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이 드림스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은퇴자들을 ICT전문 강사로 육성해 1,000개의 희망 일자리를 만드는 시소프로그램도 실천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은퇴자에게 IT활용 교육을 실시하고 이중 일부를 전문 강사로 양성해 일자리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다. 앞으로 3년 동안 총 10만명의 은퇴자를 교육할 계획인데, 이중 1만명에겐 재능 나눔 기회를 제공하고, 1,000명은 따로 선발해 전문 강사로 키울 계획이다.
KT 소리찾기 사업도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이다. KT는 2003년부터 청각장애 아동들에게 인공와우, 뇌간이식 수술, 재활치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총 673명이 이 사업의 혜택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청각장애 아동을 둔 가족에까지 그 지원을 확대해 건청 형제자매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과 가족 전체를 위한 힐링 캠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IT서포터즈 전통시장 IT교육', '청소년 IT 지식기부 봉사대', '아프리카 르완다 IT서포터즈 파견' 등 다양한 사회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KT관계자는 "KT는 2007년부터 'IT 서포터즈' 라는 공유가치경영(CSV) 전문 조직을 운영 중"이라며 "IT서포터즈는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고령화, 스마트폰 중독, 전통시장 침체 등 문제를 IT를 통하여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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