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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체육계 비리는 문체부 무관심 속에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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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체육계 비리는 문체부 무관심 속에 싹튼다

입력
2014.01.1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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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으로 떠돌던 체육단체 비위ㆍ비리 형태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지난 15일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제2차관이 기자회견을 통해서 밝힌 내용은 경악할 만하다. 문체부는 지난해 2,000여개가 넘는 체육단체를 전수 조사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493개 단체를 대상으로 특별 감사를 실시한 결과 337건의 비위 사실을 적발하고, 10개 단체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관련자 19명 고발과 15억5,100만원의 환수 조치도 잇따랐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표 선수들의 훈련 수당 횡령은 '기본'이고, (회장)자녀를 임원진에 임명하는 파렴치함도 보였다. 모 협회는 협회 예산을 회장의 사적 소송비용으로 수천 만원을 집행해 환수조치 통보를 받았다. 모 연합회 사무국장은 이사회 의결 없이 독단으로 5,000만원이 넘는 차입금을 주무르다 들통나기도 했다. 선수보다 임원이 더 많은 기형적인 협회도 있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해둔 관리 감독 기관 또한 특감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 특감 이전에 수많은 '시그널'이 감지됐지만 문체부를 포함한 감독 기관들이 모르쇠로 방관하고 있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단은 지난해 5월 전국체전 서울시 태권도 고등부 선발전에서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비롯됐다.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탈락한 선수의 아버지가 자살하면서 억울함을 유서로 남겨 세상에 알려졌다. 고인(故人)은 더구나 태권도 관장이었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7월23일 국무회의에서 이를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인천 아시안게임 전에 여러 문제점들을 바로 잡았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체육계는 당시 "대통령이 각의(閣議)에서 체육계 비리를 언급한 것은 정부수립 이후 처음이다"라며 몸을 바짝 낮췄다.

이쯤 되면 '체육단체=복마전'으로 낙인 찍혀도 항변할 단어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체육단체 비리와 비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고질적인 비위의 사슬고리가 도무지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정치인들이 대거 체육단체 수장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개혁 대상이라는 지적이다. 임원들이 '스포츠를 잘 모르는' 정치인들을 영입해 회장 감투만 씌워준 뒤 협회를 입맛대로 요리한다는 것이다.

김 차관은 특감 결과를 발표하면서 "체육계 비정상와의 정상화를 위한 첫 번째 조치"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해법도 내놓았다. 그 중에서 10개 종목, 상임심판 25명을 선임한 것은 평가할만하다. 공정 심판이 정착되면 비리의 상당부분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예산 60억원은 터무니 없이 적다. 스포츠 선진국들의 심판은 자원봉사자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심판이 '생계형'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에 대한 월 200만원 보수는 '군불' 정도 때는 수준이다.

'스포츠 3.0위원회'같은 자문기구 설립과 화려한 말의 성찬(盛饌)으로 관행이란 이름으로, 수십 년간 지속된 비리 형태가 근절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문체부의 세밀한 문제의식과 힘있는 대응이 요구된다.

최형철 차장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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