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흥행작 '아바타'(1,330만2,637명)를 넘어 새로운 흥행 신화의 연출까지 가능할까. 19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영화 '변호인'이 이날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004년 '실미도'(2003) 이후 10번째이며 한국영화로는 9번째다. '아바타'보다 흥행속도가 빨라 신기록까지 제조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변호인'의 신기록 달성 가능성은 빠른 흥행 속도에서 찾을 수 있다. '변호인'의 정식 개봉일은 지난달 19일. 32일만에 1,000만 고지에 올랐다. '아바타'의 38일보다 엿새나 빨리 1,000만 클럽에 가입했다. 200만부터 900만까지 100만 단위 관객을 돌파한 시점도 '변호인'이 매번 '아바타'를 앞섰다.
뒷심이 변수다. '변호인'의 지난 토요일(18일) 관객수(20만8,479명)는 이전 토요일(33만7,875명)보다 12만명 넘게 줄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개봉(16일) 영향이 크다. 최근 '아바타'의 아성에 도전했다가 '9부 능선'에서 무릎 꿇은 '도둑들'(1,298만3,330명)과 '7번방의 선물'(1,281만776명)의 전례는 신기록 회의론에 힘을 싣고 있다. '도둑들'은 개봉 22일, '7번방의 선물'은 32일만에 각각 1,000만 고지를 점령했으나 '아바타' 기록을 깨지 못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쏟아지는 영화도 무시 못할 변수다. 한국영화 3편('수상한 그녀' '피 끓는 청춘' '남자가 사랑할 때')이 22일 동시에 개봉된다. 29일 선보이는 '조선미녀삼총사'까지 포함해 모두 4편과 설 흥행대전을 치른다. 더구나 '남자가 사랑할 때'는 투자배급사가 뉴(NEW)로 '변호인'과 같다. 개봉 한 달을 넘긴 '변호인'의 상영횟수가 줄 수 밖에 없다. 극장가 관계자는 "'변호인'이 좌석점유율을 얼마나 높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기록 달성과 무관하게 '변호인'은 국내 영화산업에 이미 많은 이정표를 세웠다. 중급 규모 영화 '변호인'의 1,000만 클럽 가입은 의미가 매우 깊다. 1,000만 클럽에 가입한 기존 한국영화 중 6편이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왕의 남자'(총제작비 45억원 추정)와 '7번방의 선물'(58억원 추정)을 제외하면 모두가 한국형 블록버스터였다.
'변호인'은 마케팅비 등을 포함한 총제작비 75억원(추정)으로 724억7,018만원(18일 기준 영진위 집계)의 매출액을 올렸다. 지난해 '7번방의 선물'에 이은 '변호인'의 1,000만 관객 달성은 '돈이 돈을 번다'는 통념이 항상 통하지 않는다는 걸 새삼 일깨웠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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