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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부엌 그녀의 식탁] <7> 팝페라 테너 임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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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부엌 그녀의 식탁] <7> 팝페라 테너 임형주

입력
2014.01.1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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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뒤섞이고 새로운 장르가 끊임없이 태어나는 21세기에도 이단시되는 분야가 있다. 팝과 오페라의 혼성교배 장르인 팝페라. 세상에 나온 지 30년이나 됐고, 안드레아 보첼리, 사라 브라이트먼, 조시 그로반 등 세계적인 스타들도 많이 배출됐지만 여전히 '주변' 장르 취급을 받는다.

1988년 열두 살 어린 나이에 청아한 미성으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던 임형주(28)는 줄곧 클래식과 대중음악 사이에서 '이단아'였다. 경계를 넘나드는 행보는 그에겐 일상이었다. 성년에 되기 전에 어른의 비즈니스로 뛰어들었고, 클래식과 팝을 넘나들며 한 달에도 몇 번씩 국경을 넘었다.

크로스오버 음악가답게 그는 어려서부터 '조립'을 좋아했다. "초등학생 땐 레고를 좋아했어요. 어떻게 보면 그것도 무에서 유를 만드는 거잖아요. 요리도 마찬가지에요. 어린 나이인데도 서로 다른 재료들을 조합해 새로운 맛을 내는 게 좋았어요. 초등학교 3, 4학년 때부터 부모님 몰래 하곤 했죠.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였어요."

임형주가 즐겨 만드는 음식은 팝페라와 닮았다. 동양과 서양의 이질적인 재료가 뒤섞여 한식도 양식도 아닌 맛을 낸다. 김치와 파스타가 만난 김치 파스타가 그렇고, 불고기와 케첩을 혼합한 케첩 불고기가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해 놓은 걸 따라 하는 건 흥미가 없었어요. 뭔가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좋았어요. 팝페라와 이런 퓨전 요리가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죠. 저의 이상향과 이런 음식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케첩 불고기는 어머니에게 배운 음식이다. 불고기에 케첩과 돈가스 소스, 스테이크 소스를 섞어 볶는 간단한 요리다. 그는 "고기의 질과 소스의 비율이 가장 중요하다"며 "해외 공연이 있을 때면 스태프들에게 직접 만들어 주곤 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이게 한국 요리냐'라고 놀라요. 원래는 케첩이 아니라 간장으로 한다고 말해주면서 요리법을 적어줬더니 다들 간장으로 만들어 먹더군요. 팝페라를 먼저 듣다가 클래식에 빠지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퓨전 한식을 먹다가 한식에 빠지는 사람들도 생기지 않을까요. 하하."

음악이 요리라면 그는 어떤 요리사일까. 임형주는 "평범을 거부하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괴짜 요리사가 아닐까"라고 답했다. 최근 행보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2012년 그는 정통 클래식으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섰고, '클래식 스타일'이라는 클래식 앨범까지 냈다. 최근 발표한 앨범 '파이널리'에선 엘비스 프레슬리의 '캔트 핼프 폴링 인 러브', 변진섭의 '홀로 된다는 것',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 등을 부르며 팝페라가 아닌 팝 가수에 도전했다.

지난해 그는 국내 데뷔 15주년, 세계 무대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미국 뉴욕 카네기홀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대형 공연장을 누볐고, 대중 가수도 쉽지 않은 100만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했다. 먼 길을 돌고 돌아 그는 처음 섰던 곳으로 돌아왔다. "2011년부터 국내 팬에게 시간을 더 할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해외에서만 활동하느라 너무 먼 사람이 돼버린 듯해서요. 대중이 왜 내게 관심이 없을까 했는데, 국내 활동에 집중했더니 그런 관심이 되돌아오더군요. 욕심부려서 될 게 아니라 내 일을 즐기며 열심히 살면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요즘 전 행복합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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