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이 서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19일 오전 남성 노숙인 요양시설인 서울 은평구 구산동 '은평의 마을'을 찾아 주일미사를 봉헌했다.
염 추기경은 강론에서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복음 5장 3절)라는 성경 말씀을 인용하며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가져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미사에는 은평의 마을 천주교 신자 생활인, 직원 및 봉사자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염 추기경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삶은 우리 모두가 한 형제가 돼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며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신앙을 위해서 실천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불쌍하고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자신이 먼저 '가난한 사람'이 돼야 한다"며 "가난한 사람은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통해 다른 이들의 가난과 고통, 아픔을 함께 깊이 느끼고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사람을 춥고 배고프고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인간의 한없는 소유욕때문"이라며 "인간의 욕심과 이기주의가 인간을 더 소외시키고 고립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봉사야말로 진정한 사람의 나눔에서 잘 드러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그는 "추기경의 옷 색깔은 동맥, 순교를 상징하는 선홍빛 빨간색인데 제가 옷 색깔만큼만 살아가도록 기도해달라"며 "하느님께 생명을 바치고 복음을 증거하면서 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염 추기경은 주일미사 후 시설을 둘러보고 생활인들과 만두국으로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엄 추기경은 지난해 12월 23일 성탄 미사를 이곳에서 집전하기로 약속했는데 당일 서울대교구 사제의 장례미사 집전으로 인해 지키지 못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1961년 6월 설립된 은평의 마을은 남성 노숙인 요양시설로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복지법인인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성환 신부)가 위탁운영하고 있다. 현재 1,069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노숙생활로 인한 지체장애, 뇌병변 등 장애등급을 가진 사람은 518명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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