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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탓하며 슬그머니 입장료 올린 경주 3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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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탓하며 슬그머니 입장료 올린 경주 3형제

입력
2014.01.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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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 경륜, 경정 1월 일제히 요금 인상. 개별소비세가 2배 오른 탓이라 설명했는데 실상은 수익금도 함께 2배 상승. 이용객 감소, 사행산업이란 비판 높아지는 가운데 꼼수 쓴 것.

“800원이던 경마장 입장료가 2012년 1,000원으로 오르면서 마사회 이익도 3배 올랐지만 그만큼 경마팬 편의시설이나 서비스가 좋아졌나요?” (4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글)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마사회는 다음달 1일부터 전국 경마공원, 장외발매소 입장료를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린다. 개별소비세법 개정으로 올해 1월부터 세금이 2배 뛰어서 입장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인상 이유를 대고 있다. 마사회는 “입장료에 붙는 세금이 2배로 뛰지만 고객을 위해 경마장 입장료는 2월부터 올린다”고 덧붙였다. 같은 이유로 국민체육진흥공단(KSPO)도 경륜·경정장 입장료를 4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두 기관의 가격인상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두 기관 모두 입장료를 올리면서 슬그머니 이익금도 2배씩 올린 것이다. 두 기관이 배포한 입장료 인상 관련 보도자료에 이 부분은 빠져있다.

경마장 입장표 한 장의 세금 총액은 개별소비ㆍ부가ㆍ교육세 인상분을 합쳐 1,482원이다. 결국 입장료 인상 이후 세금을 뺀 이익금은 259원에서 518원으로 뛴다. 올해 이용객이 지난해 전국 경마장 이용객 1,591만명과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마사회는 올해 입장료로 거둬들이는 세후 이익은 41억원 증가한다. 경륜ㆍ경정장 입장료 인상으로 KSPO가 얻는 세후 이익도 관객 1명당 104원에서 389원으로 3배 넘게 늘었다.

결국 두 기관이 입장료 인상 이유로 관련 세금 인상을 앞세우는 것은 구실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보다 갈수록 이용객 줄어드는 현실에 어쩔 수없이 입장료라도 올리는 모양새다. 불법스포츠도박이 늘어나면서 경마장 이용객은 2009년 2,167만명에서 지난해 1,591만명으로 줄었다. 경륜장 이용객은 2011년 796만명에서 지난해 590만명으로 줄었는데 KSPO는 이유도 못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12년 경영평가에서 평가단은 두 기관에게 B등급이라는 양호한 성적을 주면서도 KSPO에 대해 “경륜·경정사업의 쇠퇴에 대해 근본적인 진단과 처방이 없는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마사회 보고서에선 ‘매출 하락에 따른 위기’라는 표현이 여러 번 등장했다.

하지만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경마가 사행 산업이란 여론에 밀려 정부는 마사회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여겨왔던 온라인 베팅을 2009년부터 중단시켰다. 장외발매소 수는 최대 32개로 묶여 있고 일부 도심 발매소는 지역주민 반발에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경륜ㆍ경정 장외발매소도 사정이 비슷해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올림픽공원지점 철수를 요구했다. KSPO는 곧 올림픽공원지점을 폐쇄할 계획이다.

두 기관은 새 입장료 중 이익금 인상분 대부분이 각종 정부 기금에 들어간다고 말한다. 마사회는 전체 매출의 4%만 이익금으로 챙기고 이익금 중 70%는 축산발전기금 등 정부 기금으로 출연한다. KSPO 상황도 비슷하다. 마사회 측은 “늘어난 이익은 전액 고객 서비스 개선에 쓰겠다”고 밝혔다. KSPO 관계자도 “KSPO 매출이 줄고 있어 이익금을 늘렸지 방만경영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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