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 숭례문의 부실복원 논란과 관련해 검증 조사에 참여했던 대학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19일 충북 청주흥덕경찰서에 따르면 18일 오후 3시15분쯤 충북대 목재ㆍ종이과학과 목재표본 연구실에서 이 학과 박모(56) 교수가 전깃줄로 선반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부인 서모(56)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서씨는 경찰에서 "남편과 점심을 함께 먹기로 약속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아 학교 연구실에 가보니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실 탁자 위에선 박 교수가 친필로 '힘들다.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쓴 수첩이 발견됐다.
경찰은 박 교수가 숭례문 부실복원 검증조사에 참여한 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유족들의 말에 따라 검증조사와 박 교수의 죽음에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목재의 나이테 연대 측정을 통한 문화재 제작시기 분석 분야의 권위자인 박 교수는 숭례문 복원 공사에 금강송 대신 값싼 러시아산 소나무가 쓰였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문화재청이 꾸린 '숭례문 종합점검단'에서 활동해왔다.
박 교수는 자신의 분석 결과로 금강송이 사용되지 않은 사실이 밝혀질 경우 '관련자들이 다칠 수 있다'는 점에 심적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교수는 지난 17일 '숭례문에서 채취한 목재표본 중 일부가 금강송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전화인터뷰 내용이 한 방송사 뉴스에 보도된 뒤 사회적 파장을 걱정하며 괴로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교수의 제자 한모씨는 "교수님이 숭례문 조사를 맡은 뒤 신경안정제를 복용했고, 방송 인터뷰가 나가자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며 크게 걱정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교수는 숭례문 복원에 참여한 일부 시공업체가 검증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숭례문 종합점검단을 고소함에 따라 지난 13일 경찰청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후 2,3차례 더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박 교수가 최근 '대목장' 등의 단어를 인터넷에서 수 차례 검색한 흔적도 발견됐다"며 "내성적인 박 교수가 업무 스트레스와 심적 부담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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