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로 시공을 맡았던 공사들이 잠정 중단됨에 따라 일부 아파트의 입주가 연기되는 등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다만 해외사업장의 경우 18곳 모두 계약해지 없이 시공을 유지키로 해 법정관리 조기졸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입주가 예정됐던 부산 금정구 장전동 '금정산 2차 쌍용예가' 아파트의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작년 말 쌍용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이 쌍용건설에 대한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공정률 90%를 넘긴 가운데 마무리 공사를 하던 중이었지만 법정관리 개시로더 이상 공사비를 받을 수 없게 된 하도급 업체들이 유치권을 행사하면서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권이란 채권을 돌려받을 때까지 해당 재산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다.
갑작스러운 공사 중단으로 인해 지난주 실시하려던 입주민 사전 점검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입주를 앞둔 565세대 주민들이 임시 거처 마련 등 적지 않은 혼란을 겪게 됐다.
쌍용건설 측은 "회생 계획안이 나오면 채무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서 입주일도 정해질 것"이라며 "시행사와 논의해 입주 예정자들의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4월26일 첫 관계인집회를 연후 회생계획안을 확정할 예정이기 때문에 주민들 입주도 그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사업장에서도 공사 중단 사례가 늘고 있다. 울산 북구 호계동의 쌍용예가 아파트는 공정률이 95%가 넘었지만, 미지급 공사비가 98억원에 이르면서 지난 주에 공사가 중단됐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오피스텔과 호텔을 짓는 '용산플레티넘' 공사 현장도 2년 간 진행된 공사가 최근 중단됐다.
입주 지연 못지 않게 심각한 것은 공사대금 연체에 따른 하도급 업체들의 부도 우려다. 부산 쌍용예가 아파트의 경우 공사에 참여한 60여 개 업체에 밀린 공사대금은 약 11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쌍용건설이 전체 1,400개 협력업체에 지불해야 할 채무 규모는 총 3,000억원에 달한다"며 "금융감독원과 채권은행단이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지만 가시적인 조치가 없으면 설 명절을 넘기기 힘든 회사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3조원 규모에 달하는 해외사업장의 공사가 중단되는 상황은 피했다는 점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현재 시공 중인 18곳 해외공사 발주처들과 계약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며 "외국 발주처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업체와 계약을 유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쌍용건설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쌍용건설의 기업회생 작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업계관계자는 "법정관리에도 주력 사업인 해외공사를 계속 공사를 진행할 수 있게 돼 경영 정상화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