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언론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노조의 파업은 정당하다고 판결해 언론계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17일 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 등 노조원 44명이 MBC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MBC노조는 2012년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170일간 파업을 벌였는데 회사측은 정 전위원장 등 6명을 해고하고 38명을 정직 처분한 바 있다.
판결의 핵심은 '방송의 공정성'을 정당한 근로조건으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공정방송은 노사 양측의 의무임과 동시에 근로관계의 기초를 형성하는 근로조건에 해당하고,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준수 여부는 노조법에 따른 단체교섭 사항"이라고 밝혔다. 공정 방송을 위한 노조의 파업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며, 회사측이 이를 처벌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의미다. MBC는 판결 취지에 따라 즉각 해고자들을 복직시키고 무너진 방송 공정성 회복에 매진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언론의 공적 역할과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재판부는 "일반 기업과 달리 언론매체는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 보장, 올바른 여론 형성을 위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언론보도의 공정성은 결과가 아니라 제작과정에서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견제시와 참여 하에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력이나 사주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에 의해 공적 기능이 훼손되고 있는 최근의 언론 상황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언론단체와 언론학자들이 "언론인 스스로 공정보도를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힘을 북돋워 주는 판결" 등 일제히 환영 의견을 내놓은 것은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다. 각 언론사와 노조 등 언론 종사자들도 언론의 공정성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알권리 보장 등 언론의 공공성이라는 사회 공동체적 가치를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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