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분야에서 특별한 능력을 보이던 에드워드 스노든(31ㆍ사진)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기술전문요원으로 일했다. 이후 미 국가안보국(NSA)과 계약한 통신업체 부즈 앨런 해밀턴으로 옮겼다. 이 때문에 하와이에 있는 NSA 센터로 파견돼 4년간 근무를 했다.
평범한 미국 시민이던 그가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건 지난해 6월이다. 전방위 도ㆍ감청 및 무차별 정보수집 실태가 담긴 NSA의 극비문건을 빼돌려 이 중 일부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처음 폭로했다.
젊은 나이에 매년 20만달러(2억2,000만원)를 벌던 고소득자가 왜 안락한 생활을 포기하고 하루 아침에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가 됐을까. 배신자, 도망자의 길을 자청했을까. 이 미스터리에 대해 그는 "NSA가 모든 것을 간섭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닥치는 대로 통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자 폭로를 결심했다"며 "미국 정부가 온라인 세상의 자유와 사생활을 파괴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보기관의 인권 침해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첫 폭로 당시 홍콩에 머물던 스노든을 잡기 위해 미 정보기관 등이 총동원됐다. 러시아는 같은 해 8월 신변에 위협을 느끼던 그에게 1년간의 임시 망명을 허가했다. 러시아가 스노든을 받아들이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 달 뒤 예정됐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는 등 양국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스노든이 빼돌린 비밀문서는 모두 170만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언론을 통해 비밀이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후폭풍도 엄청났다. 일반 대중의 인터넷ㆍ통화기록은 말할 것도 없고 외국 정상도 예외가 아니었다. 독일과 브라질 등 우방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각국 정상의 이메일 정보수집과 휴대폰 도ㆍ감청이 수시로 자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NSA가 중국군과 러시아군을 감시하기 위해 전 세계 10만대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깔았다거나, 하루 2억건씩 문자메시지를 수집해 위치정보, 금융정보 등을 파악했다는 등의 보도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가디언은 "이제까지 공개된 기밀문서는 스노든이 가지고 있는 문건의 1%밖에 되지 않는다"며 "진짜 '큰 것'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밝혀 더 세상을 놀라게 할 폭로가 추가로 나올 수도 있다.
스노든의 '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면해 주자"는 쪽과 "그럴 수 없다"는 논쟁도 뜨겁다. 최근 미국 법원도 한쪽에서는 NSA의 정보수집 활동을 합법으로, 다른 한쪽은 불법으로 판결해 이 문제에 대한 법적 판단 자체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하지만 오바마의 NSA 개혁안을 이끌어낸 주인공이 스노든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러시아에 숨어 지내는 스노든은 최근 브라질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 상태다. 스노든의 법률 대리인은 지난달 미 CBS와 인터뷰에서 "스노든은 공정한 재판이 보장될 경우 미국으로 귀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사면 가능성 등을 일축하면서 스노든을 국익을 해친 반역자, 기밀을 훔친 도둑으로 인식하고 있다. 폭로부터 개혁안 발표까지 7개월여 흘렀지만 NSA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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