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찬 인천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교사나 의료인 등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를 대상으로 예방교육을 마치고 나면 항상 청중에게 붙들린다. ‘이것도 아동학대가 맞냐’고 묻는 사람들이다. 그는 “들어 보면 십중팔구 아동학대 사례”라며 “아이들이 제대로 보호를 받으려면 신고가 더 활성화해야 하는데 신고의무자들도 어떤 게 아동학대 의심 사례인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를 확대했지만 정작 신고의무자에게 어떤 경우 신고를 해야 하는지 교육하는 데에는 소홀해 아동학대 예방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12년 10개 직군을 늘린 데 이어 올해 9월부터 아이돌보미, 드림스타트 종사자를 추가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직군을 24개로 확대한다. 하지만 직군만 확대했을 뿐 이들에게 아동학대를 의심해야 하는 징후는 무엇이며, 아동의 경우 성인보다 훨씬 학대에 취약하다는 점 등을 교육시키는 데에는 손을 놓고 있다.
19일 보건복지부의 올해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 예산 현황’에 따르면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11억6,700만원으로, 이중 예방 교육 및 홍보예산은 7,000만원에 불과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달 신고의무자 전수교육과 대국민 홍보로 부족하다며 관련 예산을 125억원 증액 의결했으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한 푼도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한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시에서 연간 100만원 정도 나오는 돈으로 신고의무자 교육을 해야 하는데 팸플릿 한번 인쇄하는 것으로 소진돼 수 많은 신고의무자를 커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보육교직원을 대상으로 교육한 횟수는 총 776회인 반면 학원·교습소 종사자에겐 3회에 그쳤다. 체계적이지도 않고 절대적인 교육 횟수도 적다. 실제로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건수 8,979건 중 비신고의무자가 신고한 경우가 63.1%로 신고의무자(36.9%)보다 더 많았다.
현장에서는 부모의 항의를 무릅쓰고 신고하는 일이 드물 뿐만 아니라 자기가 신고의무자인 줄 모르는 일조차 흔하다. 지난해 울산에서 계모의 학대로 숨진 초등학생의 사례만 해도 허벅지뼈 골절, 화상 등으로 수차례 의료기관을 찾았지만 한번도 신고되지 않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조차 외상이 심하지 않다는 이유로 부모 격리조치를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죽음을 막지 못했다. 학대가 반복돼다 큰 비극으로 이어진다는 아동학대의 일반적 특성을 신고의무자들이 숙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신고의무자들은 성인에 비해 아이들의 의사표현능력이 부족한 것을 고려해 아이의 말이나 상처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아동학대를 발견할 수 있다”며 “신고의무자들이 학대를 의심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 초등학생 사망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남윤인순 민주당 의원)’ 관계자는 “현재 아동복지법 상 권고일 뿐인 신고의무자 교육을 의무화하고 신고의무자가 소속된 단체의 장이 교육을 책임지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현석 경기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팀장은 “우선 교사나 사회복지 관련 종사자들이 연수 때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받도록 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교육 전담 직원을 배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