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4개월간 법정에 나오지 않고, 자유롭게 병원에서 생활하다가 뒤늦게 검거됐다. 이 남성의 소재를 파악하고도 두 달 넘게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경찰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서울 북부지법에 따르면 최모(54)씨는 지난해 7월 술에 취한 채 한국마사회 서울 강북지점 장외경마장에 들어가려다 이를 막는 경비요원과 몸싸움을 벌여 경찰에 체포됐다. 최씨는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지만 9월26일부터 다섯차례 열린 재판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법원은 일정한 주거지가 없는 최씨를 재판정에 세우기 위해 두 차례 구인영장과 세 차례 구금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해 10월 "최씨가 서울 도봉구 D병원에 입원해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제때 신병 확보를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를 연행하기 위해 수 차례 이 병원에 찾아갔던 도봉경찰서 경찰관은 "최씨가 외출 중이어서 찾을 수 없었다"고만 보고했다. 당시 최씨는 낮에는 외출했다가 밤엔 병원에 돌아와 잠을 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이달 6일 다시 구인영장을 발부했고, 경찰은 열흘 후인 17일에야 최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구인 노력을 게을리한 수 개월간 최씨가 재판을 거부하면서 법질서를 비웃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야간에만 병원에 돌아왔는데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는 야간집행이 명시돼지 않았다"면서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데 고유 수사업무도 아닌 구인, 호송업무에 매달릴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