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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월 20일] 심청가

입력
2014.01.1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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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탔다. 기사의 입에서 웅얼웅얼 낮게 읊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귀를 기울여보니 판소리였다. "소리하시나 봐요?" 내가 물었더니 그는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쑥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늘이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레슨 날이에요. 연습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만만치 않네요. 시끄러우면 그만 둘게요." 상관없다고 했다. 황후가 된 심청이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대목의 진양조 가락을 듣고 있자니 나로서도 어쩐지 느긋해지는 기분이었다. 도심으로 접어들자 길은 곧 막히기 시작했다. 두 번째 파란 불을 받고서야 겨우 오거리 교차로를 통과할 수 있었다. 심청가도 어느 결엔가 멎어 있었다. 바깥의 번잡한 풍경과는 동떨어진 처연한 소리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옆 차선의 빨간 경차가 깜박이를 켜고 끼어들 틈을 찾았다. 택시기사는 앞차에 바싹 코를 붙였다가, 마음을 바꿨는지 자리를 내주었다. "바쁘세요?" 기사가 말을 걸었다. 무슨 뜻인가 싶어 내가 살짝 긴장하자 그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길을 양보하면 화내는 손님들이 많아요. 빨리 가고 싶어 택시를 탔는데 왜 자꾸 양보를 하냐는 거예요. 성급해지는 데 이골이 났는데, 손님은 그리 바쁜 기색이 아니라 길을 내줬네요." 괜찮다고 했다. 나도 실은 바빴는데 심청가 덕에 마음이 느슨해졌다는 걸 그가 알까. "이 잔치를 배설키는 부친상봉 위함인데…" 그의 입에서 다시 심청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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