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 대다수는 기업에 있으면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그 다음엔 대학으로 가고 싶어한다. 안정되고 자율성이 보장되는 환경을 선호해서다.
그런데 조종현(35) 썬테크 연구소장은 이 길을 거꾸로 걸어 왔다. 기계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경상대 연구교수로 일하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으로 이직했고, 중소기업 대상 기술인재지원사업 일환으로 썬테크에 파견됐다 지난해 12월 생기연을 나와 아예 썬테크에 말뚝을 박았다.
"출연연에서 갑자기 지방 중소기업으로 가겠다니 주변에서 다들 말렸죠. 그런데 못 떠나겠더라고요. 3년 동안 달랑 2명 있던 연구소를 10명 규모로 키워 이제 막 내가 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회사가 발전하려는데, 동료들에게 다 남겨놓고 빠져나올 순 없었어요."
썬테크의 주력 제품은 생활용 발전기다. 정전 대비용으로 아파트에 비치하거나 전력 공급이 제한적인 섬 지역에 설치하는 소규모 발전기 말이다. 과거엔 대부분 수입해 썼는데, 저효율에 고장도 잦았다. 썬테크는 내부에 영구자석을 넣어 효율을 크게 높인 발전기를 개발해 국내외 산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제품 개발을 경험에만 의존하던 건 분명한 한계였어요. 기계의 품질을 높이고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시뮬레이션이 필수인데, 3년 전만 해도 할 수 있는 인력이 없었죠."
그래서 조 소장이 가르쳤다. 시뮬레이션을 아는 석ㆍ박사 인력도 충원했다. 결과는 확실했다. 품질 향상은 물론 시행착오가 크게 줄면서 원가절감으로 이어졌다. 이어 조 소장은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을 물색했다. 바로 신재생에너지용 발전기다. 풍력이나 수력 발전용 고효율 발전기를 개발하는 정부 연구과제를 직원 40명의 지방 중소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썬테크가 보여주듯 연구 인력은 중소기업 성장의 기반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여전히 인력난에 허덕인다. 이를 도우려고 산업기술연구회가 소속 출연연 12곳을 대상으로 고급 인력을 중소기업에 파견하는 기술인재지원사업을 시작한 지 3월이면 4년이 된다. 현재 총 239명이 파견돼 있다.
눈에 띄는 건 중소기업을 경험한 뒤 아예 자리를 옮기는 연구자가 생겼다는 점이다. 가장 많은 인력을 파견한 생기원의 경우 지난해 파견 인원의 36%가 파견 기간을 연장하거나 기업으로 이직했다. 조 소장은 중소기업 인력난과 이공계 취업난 해결에는 아직 미흡하다고 말한다. "출연연과 기업 양쪽에 소속된 연구자의 근무 환경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지방 파견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합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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