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인 올해 스포츠계는 잇단 빅 이벤트로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다음달 소치 동계올림픽(2.8~24)을 시작으로 브라질월드컵(6.13~7.14)에서 절정에 이른 뒤 안방에서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9.19~10.4)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맞는 소치 동계올림픽의 의미는 각별하다. 평창 조직위는 대규모 인원을 파견해 동계올림픽 운영 노하우를 벤치 마킹하게 된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중 김연아(24) 안현수(29ㆍ러시아명 빅토르 안) 이규혁(36)의 남다른 행보가 눈길을 끈다. 특히 이들 세 명은 4년 뒤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는 얼굴을 볼 수 없을 가능성이 커 더욱 그렇다.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는 자신이 공언했듯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 무대다. 현역 선수 중 최고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김연아는 200점대 점수를 기록하며 올림픽 2연패가 확실시 되고 있다.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면 독일의 카타리나 비트(1984년 사라예보, 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의 2연패 이후 26년 만의 피켜스케이팅 올림픽 2연패 대기록이다.
김연아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합계 228.56점으로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만큼 2연패까지 달성한다면 그야말로 최정상에서 선수생활을 마치게 된다. 김연아는 소치 동계올림픽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한다는 꿈을 갖고 있다. 한 마디로 '박수칠 때 떠나는' 케이스다.
반면 이규혁은 이번이 6회 연속 도전이다. 91년 국가대표가 된 뒤 만 16세의 나이에 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인 이규혁은 나이로 보면 이번 무대가 마지막이다. 이규혁은 꾸준함의 상징이다. 한 때 1,000m 세계신기록과 스프린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차례나 우승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1,000m서 4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그러나 이규혁의 성실함은 모태범의 밴쿠버 금메달의 정신적 밑거름이 됐다. 이규혁과 함께 훈련하면서 이규혁의 마인드와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는 자세를 보고 배운 것이다. 올림픽 메달에 대한 '미련'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어찌됐든 이규혁의 끝없는 도전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또 한 사람의 주인공은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는 러시아 국적으로 출전한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1,000m와 1,500m, 5,000m 계주를 제패해 3관왕에 오른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 스타였다. 세계선수권에서도 2003~07년 전무후무한 종합 5연패를 달성하는 등 쇼트트랙 지도자들이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는 주인공이다.
그러나 2008년 무릎 부상과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이 무산되면서 침체기를 겪었다. 게다가 대한빙상경기연맹과의 갈등 등으로 선수 생활이 기로에 서자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각오로 주위의 비난을 무릅쓰고 2011년 말 러시아 귀화의 길을 택했다. 태극마크를 단 선수가 다른 국가로 귀화해 올림픽에 출전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아이러니하게도 안현수는 8년 만에 올림픽 무대 복귀의 꿈을 이뤘지만 한국 쇼트트랙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팬들은 안현수에게 올림픽 진출의 꿈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국적을 버리고 귀화까지 하느냐고 질타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스포츠 선수에게 올림픽은 상상 이상으로 꿈의 무대다. 안현수의 올림픽을 향한 끈질긴 열정만큼은 박수를 쳐주어도 좋을 듯하다.
기자가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세 선수의 행보를 나름대로 정리해 봤지만 가는 길은 달라도 공통 분모가 있다. 바로 각자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이들 3명이 소치에서 펼칠 감동의 무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여러분은 누구를 응원하겠습니까.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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