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는 지구촌 영어도 발전시킨다. 과거에는 실험실이나 골방의 연구로 그치는 일이 지금은 결과가 나오면 즉시 대중의 심판을 받고 반론도 나오면서 정리가 된다. 70~80년대만 해도 여행사 문 앞에는 ‘Have a nice day’같은 문구가 있었지만 지금은 어떤가. 우선 영국인들은 이 말을 좀처럼 쓰지 않는다고 댓글을 달고 미국에서조차 이런 말은 식상하기 때문에 거의 쓰지 않는다고 누군가 덧말을 붙여 준다. 이러한 정보가 인터넷이나 문자 통신으로 실시간 공유되면서 ‘real-time grammar, real-time English’가 인공위성처럼 지구를 감싸고도는 기분은 나쁘지 않다.
옛날 같으면 ‘Have a nice day’를 배우면 어떻게 답변해야 하는지 ‘You, too.’, ‘Thank you!’같은 응답 법을 배웠었는데 지금은 이런 표현의 정당성이나 효용성이 실시간 검증되는 셈이다. 이들 식상한 말 대신 ‘Have a good one’이나 ‘Enjoy your day’같은 참신한 말이 잠시 인기를 끌고, 아직도 미국 라디오 진행자는 끝 무렵에 ‘Have a good one’을 말하지만 이를 지적하고 문자로 항의하는 사람도 있다. 80년대에 ‘How are you?’라는 인사말에 ‘Fine, thank you’ 대신 다른 말로 응답하라고 가르쳤던 기억이 있다. 당시엔 교과서 답변 같은 ‘Fine, thank you, and you?’를 과연 현지 원어민들이 과연 얼마나 사용하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지금은 그 비율이 2~3%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사용 빈도 조사로 쉽게 나타난다. ‘Pretty good, (and) yourself?’ 혹은 ‘Not bad, and yourself?’ 같은 어구가 일반화되는 것을 현지에서 살지 않고서도 쉽게 배울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길거리에서 행인에게 ‘지금 몇 시냐?’고 묻는 것이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지는 것은 언어만의 문제도 아니다. 누구나 smart phone이나 디지털 기기를 지니고 있는데 이런 영어는 쓰일 기회조차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미국인이 ‘Let’s go to the movies’라고 말하면 영국인이 ‘Oh, you want to go to the cinema?’식으로 비아냥댔지만 지금은 영국인들도 cinema나 ‘the flicks’대신 미국식 표현 movies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모두 디지털 시대의 실시간 교류를 통해 더 선호도와 대중성이 정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고전적 사전이나 참고서에 매이기보다는 World English로서의 추세와 공통 분모를 주시하며 새롭게 배우는 것도 현명한 새 학습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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