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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음 없이 산뜻한 출발… 경영 물음표는 지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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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음 없이 산뜻한 출발… 경영 물음표는 지워라

입력
2014.01.1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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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포스코와 KT의 최고경영자(CEO) 교체작업이 마무리됐다.

KT의 이석채 회장,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 등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두 수장이 현 정부의 전방위 퇴진압박에 따라 중도하차했고, 치열한 경합 끝에 이 자리는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과 권오준 포스코 사장에게 돌아갔다.

이번 인선은 그 동안 끊이질 않았던 낙하산 논란이 없었다는 점에서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숙제도 남아있다는 평가다.

◇인선과정: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 두 회사 모두 후보접수에서 내정까지 2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포스코는 지난 9일 CEO 후보접수를 마감한 뒤 8일 만에 권 내정자를 선출했다. KT도 지난달 4일 CEO 후보접수를 받아 13일 만에 황 내정자를 선정했다.

초고속 스피드로 진행된 건 낙하산 논란 불식 때문. 회사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오래 끌면 끌수록 이런 저런 말이 나오고 여기저기서 압력이 들어올 소지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끝내기로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포스코 이사회는 이례적으로 5명으로 추려낸 1차 후보군 명단까지 공개할 만큼, '투명성'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외부 거물탈락: 포스코의 권 내정자는 당초 하마평에 전혀 오르내리지 않았다. 권 내정자뿐 아니라, 5명의 1차 후보 중 하마평에 돌았던 인물은 유일한 외부인사인 오영호 코트라 사장 정도였다. 4명의 내부출신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약체'평가를 받다 보니, '오영호 대세설'이 돌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김종인씨나 김원길씨 같은 정치권 출신 거물들은 처음부터 고려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낙하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오로지 전문성만으로 뽑으려 했다"고 말했다.

KT의 황 내정자는 스타CEO 출신으로, 처음부터 하마평이 돌았다. 하지만 KT회장 자리를 노리는 박근혜캠프 출신인사들이 적지 않았고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이나 임주환 전 전자통신연구원장 같은 '관가 및 관변 출신'이 최종 후보까지 올랐던 터라 황 내정자의 낙점은 쉽지 않아 보였다. 한 소식통은 "전문성이 있으면서도 낙하산 논란을 피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인사는 황 내정자 뿐이었다"고 말했다.

◇엔지니어: 황ㆍ권 내정자의 공통점은 석학급 엔지니어 출신이란 점. 황 내정자는 미 메사추세츠주립대에서 전자공학박사를, 권 내정자는 피츠버그대에서 금속공학박사를 받았다. 황 내정자는 '삼성전자 반도체신화'의 주역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반도체개발이론(황의 법칙)까지 만들었을 정도. 권 내정자는 포스코에서 평생 기술개발만 담당한 최고의 철강 및 소재전문가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이처럼 평생을 연구개발만 담당한 인물이 CEO가 된 적은 없었다"며 "경영 및 조직문화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반 우려반: 비교적 투명했던 인선과정, 전문성으로 무장된 실무형 인선 등 두 회사의 인선결과는 신선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자'의 역량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점이 제기된다.

반도체전문가인 황 내정자는 통신전문가는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수천만 가입자를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회사다. 삼성전자라는 최고의 온실 안에서 하드웨어 개발만 담당했던 황 사장이 영업과 서비스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더구나 가장 거칠다는 이동통신업계 내 불안한 2위 사업자 위치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 사장 역시 인사, 재무, 영업, 관리경험이 전무하다. '최고의 제품개발이 최고의 영업'일수도 있지만, 현실은 연구소 내부와 전혀 다르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아울러 정ㆍ관가에서 끊이질 않는 각종 청탁과 민원 등 '외풍'을 제대로 차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불안한 시선이 남아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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