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단이 작성한 기관 결과보고서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을 고작 1,2쪽짜리 정오표로 어떻게 해명할 수 있겠습니까."
해양수산부 산하 A공기업 관계자 김원구(가명)씨는 경영평가 결과를 믿지 않는다. 3년 전 김씨가 경영평가 결과보고서 초안에서 평가단이 통계를 잘못 해석한 부분을 발견하고 평가단에 이를 정오표를 통해 알렸는데도 잘못된 부분이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최종 보고서에 담긴 탓이다. 김씨는 "초안에서 잘못된 점에 대한 지적이 많았는데도 평가등급이 좋거나, 지적이 별로 없었는데 등급이 나쁜 경우도 종종 있어 점점 더 평가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현재 공공기관 경영평가에는 수검기관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평가단이 실사를 끝내고 매년 5월쯤 경영평가 보고서 초안을 만들어 각 기관에 보내는 것이 전부다. 초안을 받은 기관은 수일 내로 수정내용을 정오표로 만들어 제출하고 평가단은 정오표를 보고 수용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일부 공공기관에선 이 절차가 너무 형식적이고 이의제기 결과도 '오자 수정'정도에 그친다는 불만이 높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정해 경영평가 절차에 이의제기 제도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경영평가 결과를 확정하기 전에 공공기관이 평가단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17일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한 것은 없다"면서도 "불만이 많은 기관에 해명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이의제기 제도를 공식적으로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16일 정부가 '2014년 경영평가 편람'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평가법을 개발·보완해 평가의 수용성과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한 것과 같은 방향이다.
전문가들은 이의제기 절차 제도화를 환영했다. 공공기관의 불만을 투정으로 치부하다가 경영평가의 신뢰도와 수용성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소수의 불만도 방치하면 경영평가가 보여주기 행사로 전락할 수 있다"면서 "어떤 방식이든 이의제기 절차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의제기 제도 도입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자칫 이의제기 제도가 로비의 통로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공기관들이 이의제기 제도를 악용해 평가 결과를 왜곡하려 할 경우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B공기업의 경영평가 실무자도 "경영평가가 상대평가인 만큼 특정 공기업의 이의가 받아들여진다면, 다른 기관이 가만히 있겠느냐"면서 제도 정착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이에 대해 박진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의제기 기간과 방법을 공식화하되 등급은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 등 로비 차단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