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발병 농장서 오리 분양받은 농가들 "어떡하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발병 농장서 오리 분양받은 농가들 "어떡하나…"

입력
2014.01.17 13:08
0 0

"AI(조류인플루엔자)가 터졌는데 (방역당국에선)아무 말도 없고…. 에이, (전화)끊읍시다."

17일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오리 2만여마리가 살처분되고 긴급 방역 작업이 벌어진 전북 고창군 신림면 무림리 환산마을. 외부출입이 차단된 탓에 기자에게 전화로 마을 상황을 전하던 한 주민은 갑자기 새된 목소리를 내더니 이내 "불안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코 앞에 있는 정모씨의 종오리 농장에서 살처분되는 오리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은 데다 쉴 새 없이 드나드는 방역차량에 마을 분위기가 삼엄해진 탓이었다. 농장 출입구에 마련된 통제초소에서 방역작업을 하던 이모(53)씨는 "AI 때문인지 좀체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2011년 5월 이후 32개월 만에 발생한 AI로 전국 가금류 사육농가들이 떨고 있다. 고창 지역은 순식간에 'AI공포'에 휩싸였고, AI가 발병한 농장에서 오리 병아리가 분양된 전북과 충남ㆍ북, 경기 등 4개 지역 24개 농가와 철새 도래지 주변 지역 등도 언제 AI가 덮칠지 몰라 초비상 상태가 됐다.

이날 'AI 진원지'인 고창군 신림면 일대는 극도로 긴장된 모습이었다. 도로 곳곳엔 희뿌연 소독약품이 뿌려졌고, 대부분의 마을엔 마스크와 장화 등 방역복 차림의 방역원들만 분주히 오갈 뿐 주민들은 거의 보이지 않아 을씨년스러웠다.

다행히 AI오염지역(반경 500m 이내)엔 다른 가금류 농장이 없어 추가 살처분은 없었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증폭됐다. 산란용 닭 4만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정모(49)씨는 "방역 당국으로부터 AI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고 하루 종일 소독을 했지만 이동제한 조치로 당장 필요한 닭 사료도 구하지 못해 답답하다"며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도 없어 도무지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역당국도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AI가 2~3년을 주기로 큰 피해를 낸 데다, 전파경로도 가금류나 가금류의 배설물을 접촉한 모든 사람과 차량, 기기 등을 통해 옮겨질 정도로 다양하고 전파속도도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북도는 이번 AI가 반경 10㎞(경계지역)를 벗어나 인근 지역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며 가축과 주민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도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 주재로 전국 시ㆍ도지사 화상회의를 긴급 개최하고, 지자체의 적극적인 방역을 당부했다.

AI 발생 농장에서 오리를 들여간 지역에도 비상이 걸려 충남도는 서천, 부여, 논산, 금산에 통제 초소 12곳, 거점 소독장소 6곳을 각각 설치해 집중 소독을 할 계획이다. 전남도도 지역내 93곳에서 축산 관련 차량에 대해 거점 소독을 하고 있으며 경기 평택, 안성, 포천 지역 3곳의 오리·닭 사육농가에는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고창을 방문한 이동필 장관은 "AI에 감염된 가금류를 유통하는 행위는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며 "의심 사례가 발생하면 새벽이라도 즉시 관할 당국에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고창=안경호기자 k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