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가 17일 기상악화 속에 공기부양정을 타고 서해 최북단 연평도로 향했다. 김한길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에서 '국민통합적 대북정책'을 제시한 뒤 민주당의 안보 행보가 부쩍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지지율 '빈사 상태'의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의 표심을 잡으려는 취지로 보인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의 연평도행은 상륙작전을 방불케 했다. 최고위원회의를 서해 최전방인 연평도에서 갖기 위해 김 대표와 지도부는 당초 헬기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옅은 안개로 시정거리가 3km에 불과해 헬기 이륙이 불가능해지자 인천해역방어사령부에서 공기부양정을 띄워 바다를 건너는 모험을 강행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도 백령도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려다 기상악화로 평택 2함대로 발걸음을 돌린 경험이 있는 지도부가 '작전'을 강행한 것은 안보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어렵사리 연평도에 도착한 민주당 지도부는 바로 연평부대 관측소(OP)로 향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연평도까지의 거리를 묻는 등 적극적 관심을 보였다. 이어 연평해전 전사자들의 위령탑이 있는 평화공원를 방문, 헌화와 참배를 한 뒤 전사자들의 얼굴을 새긴 부조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하기도 했다.
연평도 도착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최고위회의는 개최할 수 없었다. 대신 참배를 마친 지도부는 기자들과 만나 안보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평화를 위협하는 일체의 무력도발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 햇볕정책의 원칙"이라며 "튼튼한 안보가 곧 평화라는 민주당의 입장은 변경될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더 이상 NLL이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고, 양승조 최고위원은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며 "민주당이 NLL을 지키는데 앞장 서겠다"고 밝혔다.
당초 지도부는 이날 '안철수 바람'이 거센 광주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광주 일정을 20일로 미루고 연평도로 행선지를 돌렸다. '안보무능 종북세력'이라는 보수 진영의 공세를 안보 행보로 돌파하려는 의지가 그만큼 강했던 셈이다. 민주당은 전날 구성한 원내 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북한인권민생법 제정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햇볕정책 2.0'의 세부적인 내용을 다듬는 등 '중도층 끌어안기' 행보를 더욱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연평도=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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