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북 고창의 오리농가에서 발생해 당국이 긴급 살처분과 방역에 나섰다. 최대 21일인 AI 잠복기 동안 이 농장에서 부화한 새끼오리가 전북 정읍ㆍ익산과 충남북, 경기 안성 등지의 24개 농가에 분양됐다. 또 새끼오리 분양 과정에서 운반차량이 충북 진천의 한 도계장에 드나든 것으로 확인돼 당국의 신속한 대응조치에도 불구하고 AI 추가 확산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워졌다.
국내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것은 2010년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25개 시ㆍ군 53건 이래 거의 3년 만이다. 전북과 충남에는 세계적 철새도래지가 많아 겨울철 철새 이동에 따른 AI 발생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최근 국내 도래지를 찾은 철새에서 AI 바이러스가 확인된 데다 홍콩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에서 고병원성 AI가 잇따라 발생해 당국과 관련 농가에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그 덕분에 오리농장의 고병원성 AI '의심 신고'와 살처분과 방역, 이동제한 등의 조치가 비교적 발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음은 다행이다.
한국은 2003년 이래 벌써 네 차례나 AI를 겪었다. 그 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당국의 초기 대응이 불완전할 경우 피해는 전국적으로 빠르게 번질 수 있다. 오리나 닭, 칠면조, 메추리 등의 사육농가나 업자들의 적극적 주인의식도 긴요하다. 양측이 최선을 다해 이번 AI 피해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따뜻한 봄을 맞을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일반 국민이 막연한 우려를 이유로 안전한 닭과 오리 등의 고기 소비를 꺼려 시장과 식당의 설 밑 경기를 얼어붙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닭ㆍ오리 등의 고기는 식품으로서의 안전성 확인을 거쳤다. 설사 AI에 감염된 고기라도 70도에서 30분, 75도에서 5분이면 바이러스가 모두 사멸해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다. 안 그래도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공포로 횟집과 어물가게가 썰렁한 마당에 AI 후유증까지 몰아친다면 어려운 서민경제를 두 번 흔드는 게 된다. 국민 모두의 과학적이고 담대한 태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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