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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1월 18일] <변호인>은 영화다

입력
2014.01.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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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의 인기가 대단하다. 이번 주말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할 게 분명하다. 어쩌면 관객이 가장 많았던 (2012년ㆍ1,298만 여명)의 기록도 깰 수 있을 것 같다. 은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허구임을 알려 드립니다'로 시작되는데, 실화와 허구의 의도적인 버무림이 논란을 불러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대본을 읽었을 때 아무 감정이 없었다던 핵심 친노인사는 영화를 본 뒤 "연출이 무엇이고 연기가 무엇이고 노무현이 누구인지 비로소 알게 됐다."는 말까지 했다.

이렇게 어떤 사람들은 실화를 읽고 울거나 감동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허구에 주목해 영화의 저의를 의심하고 비난한다. 1980년대의 한국 사회와 시국은 잘 모르고 노 전 대통령만 아는 사람, 둘 다 잘 아는 사람, 아주 드물지만 둘 다 잘 모르는 사람, 당시 상황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 등 관객의 층위는 다양하다. 당연히 반응도 각각일 수밖에 없다.

나어린 세대는 특히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를 몹시 궁금해 한다. 주인공 송우석이 부산상고를 나온 판사 출신 변호사이며 요트를 갖고 있고 부림사건의 변호인이라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경력과 부합한다. 그러나 부동산 등기와 세법 전문에서 인권변호사로 변신하게 된 계기인 국밥집 아들과의 인연은 허구다. 피의자들 고문사실을 증언해준 의무관도 실제로는 없었고, 그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송우석의 법정 맹활약은 과장돼 있다.

영화에는 박종철 추모 시민대회(1987년 2월) 시위에 앞장선 송우석이 구속기소되자 부산지역 변호사 99명이 법정에 출석한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실제로 구속(23일간)된 것은 대우조선 노동자 사망사건(1987년 8월)이었고, 이때 부산지역 변호사 99명이 변호인으로 참여했다. 죄수복의 수인번호 '33'은 실제와 영화가 똑같다.

영화가 12월 19일에 개봉된 것도 논란이 되는 대목이다. 그날은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된 날이며 그의 동지이자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012 박근혜 대통령에게 패한 날이다. 그리고 2013년 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겠다는 뜻을 밝힌 날이다.

사실과 허구의 조합을 통한 인물 미화에 더해 개봉일까지 이러니 노 전 대통령과 친노계열을 싫어하는 측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내가 왜 그런 영화에 돈을 벌게 해주느냐"며 관람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림사건이 용공조작이 아니라 실제로 공산주의 건설을 위해 의식화 교육을 한 빨갱이사건이었다고 믿는 사람들은 복장이 뒤집힐 일이다.

이제 영화를 보는 일은 개인의 여가ㆍ문화 활동을 넘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수용하고 이에 동참하는 행위가 돼가고 있다. 이나 처럼 고발성이 짙은 작품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은 그 내용이 허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 당신은 실화를 믿느냐, 허구를 믿느냐고 물으면서 대중을 편 가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변호인이 필요한 사람들이며 누군가에게 변호인이 돼주고 싶은 마음을 갖춘 사람들이다. 그런 마음을 '변호사'와 '변호인'의 차이를 통해 이 작품은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폭압의 시대를 바로 보면서, 영화가 다룬 인물이 누구든 더 좋은 사회를 이루기 위한 어떤 신념, 그것도 성찰된 신념의 중요성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영화 속 진우가 송우석 변호사에게 묻는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기고 계란은 아무리 약해도 사는 기라꼬, 바위는 부서지가 모래가 돼도 계란은 깨나서 그 바위를 넘는다, 이런 얘기는 모릅니까?"라는 대사가 빛난다. 영화는 당연히 실화일 수도 있고 허구일 수도 있다. 영화를 영화로 보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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