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대한 노조의 저항이 가시화 하고 있다. 어제 한국일보 보도(1ㆍ3면)에 따르면 심각한 부실 및 방만경영과 관련해 중점 관리대상으로 지목된 38개 공기업, 공공기관 노조가 새 경영평가를 비롯한 정부의 정상화 대책 전반을 거부키로 입장을 정했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오는 23일 해당 노조 대표자회의를 열고 공동입장을 결의하는 한편, 구체적 행동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상화 대책 거부 논리는 우선 대책이 공공기관 부실을 모두 기관만의 책임으로 떠넘긴 일방적 몰아세우기라는 것이다. 아울러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 식으로 운영돼 공정성과 신뢰성을 상실한 경영평가 제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정부가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직원 복지나 임금 등 임ㆍ단협 사안에 개입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대위는 따라서 경영평가는 물론, 노사정 개혁기구인 '공공기관 정상화추진단'에도 불참하며 노사협의 대신 정부와 직접 대화를 요구하겠다는 얘기다.
공공기관 정상화는 종사자들의 근로조건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노조가 나름의 입장을 갖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상황을 오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부실 책임 문제만 해도 그렇다. 노조 주장과 달리, 정부 역시 잘못된 정책사업이 부실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래서 기관 자구노력에 맞춰 증자, 요금조정 등 재정 건전화를 위한 지원도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경영평가도 기존 문제점을 개선해 항목별 가중치를 조정하고 개량평가를 늘린 새로운 평가방식을 내놓은 상태다. 정부가 고임금이나 과잉복지 등을 적정화 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내고, 개선 여부를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걸 부당노동행위라며 반발하는 게 옳은지도 의문이다.
정부의 정상화 대책도 여전히 허점과 보완의 여지가 많은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공공기관 부실의 방조자인 정부에 대한 불신이 큰 만큼, 개혁의 최상위 주체인 공공기관운영위원회부터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편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을 핑계로 공공기관 노조가 댓바람에 정상화 대책 전면 거부를 주장하고 나온다면 국민적 비판과 질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겸허한 자성을 바탕으로 정상화에 진지하게 협력하는 자세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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