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16일(현지시간) 최근 일본의 과거사 왜곡과 관련, "한국과 중국은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세계에 고발해야 한다"며 "양국은 독일의 잘못을 고발하는 유대인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과 면담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박 의원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영화 등을 통한 유대인의 고발로 나치의 잘못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독일은 과거 잘못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2차대전 당시 독일의 핍박을 받은 체코 출신인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독일이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기 때문에 나는 독일인들을 좋아하고 지금도 많은 독일 친구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 "아베 총리에 실망했다"면서 "일본은 독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북한의 장성택 처형에 대해 "김정은 정권이 안정되지 못하다는 의미"라며 한반도의 불안한 신호로 해석했다. 그는 "주변국에게 재앙이 될 수 있는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중일이 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할 때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발언은 북한 급변사태를 논의해야 한다는 한미 정부 분위기와는 다른 것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 말기인 2000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북핵 문제가 악화한 것이 조지 W 부시 정부의 판단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좀 더 강하게 나갔더라면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됐을 것"이라며 부시 정부의 대북 정책이 안이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면담에는 안호영 주미 대사도 참석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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