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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은퇴 후 교외에서 전원생활? 문화시설 갖춘 도시 생활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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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은퇴 후 교외에서 전원생활? 문화시설 갖춘 도시 생활 선호

입력
2014.01.1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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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전남 구례군 간전면 운천리에는 55세대가 입주할 수 있는 5층짜리 건물 하나가 수년 째 방치돼 있다. 이 건물은 노인복지주택으로 2005년 완공된 '남도 노블레스'다. 하지만 주변에 아무런 기반시설이 없어 결국 분양에 실패하고 2009년 매물로 나왔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최근까지 4차례 법원경매가 실시됐지만 모두 불발된 상태다. 인근의 부동산업자는 "이 건물이 건축 허가를 받았던 때가 1996년경인데, 당시에는 주택사업계획승인 제도가 없어 기반시설이 없는 지리산에도 이런 식의 노인복지주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이라며 "요양시설도 아니고 주변에 산 밖에 없는 이 곳에 와서 살려고 하는 노인이 누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국내에 이른바 '실버타운'과 같은 노인거주시설의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부터 인구 고령화와 은퇴 세대의 증가 등이 예견되자 지방자치단체들은 실버타운, 은퇴자마을, 타운하우스 등의 계획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초라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에서 시도된 노인전용 주거시설이나 도시로 성공한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입을 모은다.

충북 제천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06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제천시 봉양읍 일대에 실버타운과 레저 휴양 연수시설을 갖춘 '고령친화적' 복합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그로부터 5년 후 당시 개발을 주관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유효수요 부족과 가격 경쟁력이 낮다는 이유로 사업중단을 결정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변의 개발 수요와 여건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지자체와 개발주체가 무리하게 지구지정을 추진했다가 취소가 된 사례"라고 말했다.

2010년 마산시는 2013년 완공을 목표로 노인 500여명이 한 곳에서 주거, 체육활동, 교양, 오락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종합실버타운'을 만들 계획을 발표했지만 얼마 후 창원시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이 계획은 사실상 폐기된다. 창원시의 담당 공무원은 "당시에 다른 지자체에 출장을 가보니 종합실버타운 계획이 단 한군데도 성공한 사례를 없더라"고 회상했다. 실제로 제천이나 마산뿐 아니라 화성 전주 김제 정읍 고창 경주 영주 양양 등 상당수 지자체들이 비슷한 계획을 발표하지만 현재까지 이 계획을 마무리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실버타운 설립이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로 우선 수요 부족을 꼽는다. 퇴직자들이 은퇴 후 교외나 전원주택으로 거주지를 옮기려는 수요가 생각만큼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전국 16개 시·도에 거주하는 60대 은퇴자 1,00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56.6%가 '이주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또 아파트(48%)나 단독주택(39.8%)에 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전원주택에 사는 은퇴자는 1.9%, 실버타운 등 노인 전용 주거시설에 사는 경우는 0.1%에 그쳤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많고 북적거리는 곳보다는 조용하고 아늑한 곳을 선호할 것이라는 통념을 뒤엎는 결과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퇴직 후에도 문화나 의료 시설을 누릴 수 있고 어느 정도 경제 활동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 집에서 노후를 보내려는 'AIP(Aging in place)'경향이 강해지고 있고 선진국도 그런 추세로 가고 있다"며 "실버타운 건립보다 도심 주거지에서 고령자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대책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들끼리 모여 사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무시 못할 요인으로 꼽힌다. 이는 수도권이나 도심 지역에 세워진 실버타운들이 대부분 자리잡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SK건설의 그레이스힐, 삼성생명의 노블카운티, 신성건설의 아너스밸리 등 실버타운을 표방한 독자적인 브랜드는 모두 실패를 맛봤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전국의 23곳 노인복지주택에 거주하는 주민 5,483명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34.1%인 1,875명이 60세 미만이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실에도 지자체들의 실버타운 건립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는 점이다. 전남 장흥군은 지난달 19일 전국의 첫 은퇴자 도시인 '정남진 로하스타운'조성을 위한 공사를 개시했다. 진도군은 군내지구와 진도읍 산해지구 일대에 은퇴자 도시를 세울 계획이고, 무안군과 여수시 등도 비슷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전라남도의 경우 은퇴자도시를 도내에 46개소를 건립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강원도도 은퇴자 전원마을을 29곳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실버타운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은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시기"라며 "민선 자치단체장 입장에서는 정부 예산을 끌어들일 수 있고 건설업자들도 혜택을 받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이를 통제하지 않는 이상 이 같은 무모한 개발 사업은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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