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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6연속 준우승… 노쇠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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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6연속 준우승… 노쇠현상?

입력
2014.01.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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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입단 동기 간에 희비가 엇갈렸다. 조한승은 국수전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이세돌은 국내외 기전에서 벌써 여섯 번째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조한승은 지난해 국내외 기전에서 33승28패(승률 54%)를 거둬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특히 하반기에는 7승 13패로 더욱 나빴다. 당연히 랭킹도 지난해 1월 5위에서 올 1월에는 13위로 1년 만에 8계단이나 내려갔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에서는 단순히 많이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중요한 법. 조한승은 지난해 국수전 우승을 비롯해 초상부동산배와 스포츠어코드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우승했고 KB리그 준우승 등 단체전에서 맹활약, 1억8,000여만원을 벌어들여 상금 랭킹 7위에 올랐다. 양적으로는 부진했지만 질적으로는 훌륭한 성적을 거둔 셈이다. 과거 일본의 후지사와 슈코가 랭킹 1위 기성 타이틀을 6연패하면서 "나는 1년에 딱 네 판만 이기면 된다"고 큰소리쳤다는 일화를 연상케 한다.

한편 그동안 조한승과의 상대 전적에서 23승17패로 앞섰지만 이상하게도 중요한 길목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혔던 이세돌이 이번에도 역시 조한승에게 패배, 최근 국내외 기전에서 6회 연속 준우승에 그치는 달갑지 않은 신기록을 작성하고 말았다. 이세돌이 가까운 장래에 우승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기전은 현재 패자조 결승에 올라 있는 제32기 KBS바둑왕전인데 지금과 같은 컨디션이라면 무관 탈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이세돌은 올해 벌써 31살, 프로의 세계에서 결코 젊지 않은 나이다. 따라서 최근의 부진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본격적인 노쇠현상의 시작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돌이켜보면 세계 바둑계서 지존으로 군림하던 이창호가 갑자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것도 만 서른 살 무렵이었다. 2006년 1월 삼성화재배 결승전에서 뤄시허에게 패한 후 무려 10차례나 준우승에 그치더니 결국 정상 복귀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자칫하면 이세돌도 역시 이창호와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최근의 바둑 내용을 보더라도 과거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이세돌 바둑의 강점은 복잡한 전투 상황에서 발휘되는 뛰어난 수읽기 능력인데 요즘은 난전이 벌어졌을 때 상대를 압도하기는커녕 오히려 상대의 수읽기에 당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종반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다.

바둑 외적인 면에서도 사정이 썩 좋지 않다. 이세돌은 2012년 8월 아내와 딸이 캐나다로 조기유학을 떠나 벌써 1년 이상 '기러기아빠' 생활을 하고 있다. 친누나가 함께 생활하면서 살림을 돌봐 주고 있고, 본인 역시 아무 지장 없다고 말하지만 아무래도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이세돌은 국내 정상급 프로기사 중에서 드물게 술, 담배를 모두 즐기는 편이다. 지금까지는 젊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겠지만 앞으로 점점 더 체력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어쩌면 현실적으로 올해 이세돌의 최우선 목표는 공식기전 우승이 아니라 비공식기전인 구리와의 10번기에서 승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중 양국 간판스타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명분뿐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상금 액수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올 한 해 동안 매달 한 판씩 중국 각지를 순회하며 열리는 10번기 우승 상금이 무려 500만위안(8억7,000여만원)으로 세계 바둑 사상 최대 규모다. 더욱이 패자에게는 여비조로 20만위안(3,500만원)밖에 지급되지 않는 철저한 승자 독식 방식이다. 따라서 이세돌로서는 과거 '괴물 슈코'가 그랬듯이 "올해는 딱 여섯 판만 이기겠다"며 10번기에 올인 할 가능성도 크다. 이세돌-구리 10번기 제1국은 오는 26일 베이징에서 열린다.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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