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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월 18일] 새로운 서정

입력
2014.01.1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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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있는 분들로부터 심심찮게 글쓰기에 대한 조언을 부탁 받곤 한다. 그분들의 질문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 문학적인 감성은 타고나는 것인가요? 이분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학적인 글쓰기는 감수성이나 감성에 많이 의존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틀린 생각은 아니다. 감수성 없이 문학적인 글을 쓰는 것은, 수식을 모르고 수학을 푸는 것과 같다. 그런데, 아울러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감수성이나 감성을 아무렇지 않게 '서정'과 등치 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감수성 = 서정'이라는 등식을 만드는 것이다. 그분들은 문학작품이 보여주는 서정이 온전히 감수성에 빚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감수성이 충만할 때 두드러지는 감정 상태들, 이를테면 눈물겨움, 갸륵함, 긍휼히 여김, 애틋함, 연민, 외로움 같은 것들이 곧 서정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내 생각에 이것은 서정의 전모를 잘못 이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문학작품이 서정만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서정 역시 감수성에만 빚지지 않는다. 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서정의 기능이라고 알려진 것들, 그러니까 순화나 위안, 정화 같은 것만은 아니다. 문학은 오히려 우리 삶의 안온한 보수성을 타격하기도 하고 질서를 조롱하기도 하며 낯선 자극을 주기도 한다. 이때 작용하는 것은 서정이 아니다. 아니 서정이긴 하지만 새로운 서정이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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