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말을 기준으로 한국에는 2만4,559개의 편의점이 있다. 인구 2,075명당 한 개꼴이다. 편의점 밀도로 따지면 최초 발상지인 미국은 물론 최대 발흥지인 일본과 대만을 제치고 세계 1위다. 이제 웬만한 거리나 건물에서 편의점을 만나기란 파출소나 우체국 찾기보다 쉽다. 하루 평균 880만명이 방문하고 356억원이 오가는 편의점. 이곳은 이제 상업시설뿐 아니라 공공기관과 문화공간마저 흡수 통일하며 만능 복합 생활거점으로 진화하고 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아파트, 옥상 등 공간의 문화사회학을 통해 한국사회를 조명해온 저자가 이번에는 편의점이란 공간이 지니는 의미를 인문, 사회학적으로 들여다봤다. 365일 불을 밝히는 편의점은 현대 사회의 오아시스다. 현금을 찾고 휴대폰을 충전하며 여행상품은 물론 명품까지 구할 수 있는 그야말로 자본주의의 생명수가 끊이지 않고 분출하는 곳이다. 저자는 이러한 편리성을 대표하는 편의점의 불빛이 우리를 소비로 이끄는 유도등이라고 칭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극치에 이른 합리주의적 정신과 관행을 발견하기도 한다. 뒤집어보면 이른바 '맥도널드 사회'의 전형이 편의점이다.
책은 편의점이 우리 시대의 세계화에 대해 시사하는 바 크다고 말한다. 세계적 프랜차이즈 체인의 대표격인 편의점은 자체로 세계화의 상징이고 지표다. 편의점이 많은 사회는 그만큼 자본주의 체제에 깊숙이 동참했다고 할 수 있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기능이 집결했다는 점에서 편의점은 거대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할 수 있고 그래서 새로운 통치 장치라는 거명도 가능하다. 저자는 편의점에 의해 신자유주의적 의식과 일상이 알게 모르게 육화했지만 현실 속 소비자는 편리하다고만 생각할 뿐 세상을 은밀히 지배하는 편의점의 숨은 권력을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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