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는 공공기관 불만이 쏟아지자 결국 새 경영평가 기준을 내놨다. 평가자 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는 '리더십·책임경영'평가범주는 아예 빠졌고 실질적 성과 위주로 계량평가 비중이 높아졌다.
기획재정부는 '2014년도 경영평가 편람'을 지난해 12월 31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의결하고 2주간 기관 검토를 거쳐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편람은 내년 상반기에 공공기관 2014년 실적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때문에 올해 실시하는 2013년 경영평가에서는 종전 기준이 적용돼 당장 문제점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공기관들은 올해 경영을 새 평가 기준에 맞춰 진행해야 내년 경영평가에서 양호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내년 평가(2014년 실적평가)에서 비계량평가 가중치는 올해 평가(2013년 실적평가)보다 10%포인트 준 35%다. 기관장이나 경영진에게 '기관의 비전' 등 포괄적인 부분을 묻던 리더십·책임경영 평가범주는 아예 '기관장 경영성과협약제'로 편입된다. 기재부는 경영성과협약제 평가 결과는 인사참고자료로만 활용하고 기관 경영평가와 연계하지 않을 계획이다.
계량평가 방법도 기관의 정책목적 달성여부가 드러나도록 개선됐다. 예컨대 이제까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평가에서 공사가 확보한 해외 유력바이어 수를 평균 업무인원으로 나누는 방법으로 성과를 내세웠다. 하지만 새 기준에선 실제 계약을 체결한 해외 바이어 수만 성과로 계산한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평가를 위해 평가단에 지표설계팀이 처음 편성된다. 공공기관이 평가기준을 문제 삼아 반발하는 경우를 줄이고, 평가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교수, 변호사 등 20여명 규모의 지표설계팀이 새 평가기준을 검증·보완한다. 이들은 종전 평가기준이 적용되는 올해 평가에서도 기관과 평가단 사이에 다툼이 생길 경우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사무처 역할을 맡아 매년 지표설계팀이 연구한 결과를 관리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표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설계팀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해 부채·방만경영 평가도 강화된다. 기재부는 특히 고용세습 등 8대 방만경영 사례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방만경영 관련 지표가 없었던 강소형기관(자산규모 1조원, 정원 500명 미만) 평가에도 관련지표가 새로 적용된다.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에서 언급된 부채·방만경영 중점관리기관에 대해선 올해 3분기에 중간평가가 예정돼 있다. 때문에 올해 8월까지의 개선실적을 평가하고 내년 2014년 실적평가 대상에선 올해 평가한 부분은 제외된다. 기재부는 "중간결과 평가 결과가 부진한 기관은 해당 기관장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부 공공기관이 벌써부터 새 기준에 불만을 나타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 관계자는 "평소 정부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느라 재무상태가 악화한 기관이 수치 평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부분은 비계량평가에서 점수를 만회해야 하는데 새 기준의 계량평가 비중은 너무 높다"고 말했다. 반면 계량평가에 장점이 있는 기관들은 새 기준을 환영하는 분위기라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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