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집트 '군에 힘 싣기' 개헌안 통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집트 '군에 힘 싣기' 개헌안 통과

입력
2014.01.16 18:38
0 0

이집트의 개헌 국민투표에서 군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새 개헌안이 사실상 가결됐다. 새 헌법 초안의 찬반을 묻는 이틀 간의 국민투표가 마감된 뒤 이집트 관영 메나통신 등 현지 언론들은 "비공식 집계 결과 찬성률 90% 이상으로 새 헌법이 통과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최근 3년 간 세 번째 개헌이다. 이번 개헌으로 지난해 7월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 이후 지속된 이라크 소요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이나 군부의 득세 또한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집트 내무부 고위 관료는 16일 위성채널 알하야트 인터뷰에서 "사전집계 결과 투표율이 50%를 웃돌 것 같다"며 "새 개헌안에 대한 찬성률은 9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투표 직전 이집트 국내 선거 전문가들은 70% 수준의 찬성률을 예상했다. 정확한 투표 결과는 17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국민투표는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이 투표 참여를 보이콧하는 가운데 치러져 찬성률보다는 투표율에 더 관심이 모아졌다. 실제 무슬림형제단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의 투표율은 다른 곳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반면 군부는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이 대통령 선거에 나설 수 있도록 높은 투표율을 기대하고 있다. 친군부 성향의 언론들은 투표 마지막날인 15일 카이로 등 주요 도시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길게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는 장면을 내보내며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무르시 집권기였던 2012년 12월 이슬람주의를 강조하는 내용의 개헌안은 33%의 투표율에 64%의 찬성으로 가결된 바 있다.

이집트 내부의 갈등 양상을 반영하듯 이번 투표는 극심한 폭력 사태로 얼룩졌다. 투표 첫 날에는 무르시 지지세력과 경찰의 충돌로 카이로 외곽 기자지구와 소하그, 베니수에프 등에서 최소 11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이틀간 무르시 지지자들이 도로를 막고 경찰을 향해 화염병과 돌을 던지는 격렬한 시위가 곳곳에서 이어졌다.

유혈 충돌이 벌어지자 군경은 각 투표소마다 무장 군인을 배치하는 등 경계를 강화했다. 15일부터 이틀간 전국적으로 경찰 16만명과 군인 20만명이 동원됐고, 450여명이 긴급 체포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새 헌법의 통과로 군부의 득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최고 실세인 엘시시 국방장관의 대선 가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집트 과도 정부는 개헌안이 통과되면 올해 중순 이전에 총선과 대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동시에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군부와 친무르시 세력간의 충돌도 다소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라크에선 무르시 축출 이후 벌어진 유혈 사태로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개헌안의 내용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군부의 권한을 확대하고 이슬람 색채를 약화시킨 내용을 담고 있어 이슬람 세력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 헌법에는 군인에게 폭력을 행사할 경우 민간인도 군사 법정에 세울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시위 탄압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군 예산에 대한 민간의 감시도 받지 않도록 했다. 또 특정 종교에 기반을 둔 정당은 결성할 수 없으며, 이집트 최고 이슬람 기관인 알 아즈하르의 역할도 제외시켰다.

이는 아랍권 국가 중 가장 민주적인 내용을 담은 튀니지의 새 개헌안과 대조를 이룬다. 지난 6일 튀니지 제헌 의회를 통과한 새 개헌안은 '모든 남성과 여성이 같은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며 양성 평등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아 중동지역 국가 중 가장 민주적인 헌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튀니지 개헌안은 이슬람 집권당과 세속주의ㆍ자유주의 진영으로부터 모두 동의를 얻었다는 점에서 이라크의 경우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아랍의 봄이 불붙었던 튀니지와 이집트가 민주화의 잠재력과 함정에 대한 두 가지 교훈을 주고 있다"며 "하나는 아랍권이 부러워할 민주주의 기준이 된 반면 다른 하나는 혁명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 대상이 됐다"고 평가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