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에 대한 공기업들의 반발이 표면화하고 있다. 우선 공기업 노동조합들이 연합해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전면 거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부채과다, 방만경영을 이유로 중점관리대상으로 선정된 38개 공기업 노동조합은 23일 대표자회의를 열고 ▦정부가 만든 '공공기관 정상화추진단' 불참 ▦공공기관 경영평가 전면 거부 ▦노정 직접 협상 요구 등을 결의할 예정이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매년 경영평가를 통해 공공기관을 감시를 해왔으면서도, 누적된 공공기관의 부채와 비효율성을 모두 공기업만의 책임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며 "특히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된 공기업의 경우 올해 경영 평가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힘들고, 정부의 책임을 공기업에 전가하기 위한 빌미 찾기 식으로 변질될 우려가 커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도 공공기관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복리후생 축소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다"며 "다만 문제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일방적인 몰아붙이기로 진행되는 정부의 조치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업 노조가 거부 의사를 밝힌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매년 3~5월 사이 실시해 6월에 각 기관별 등급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평가등급에 따라 직원들의 성과급 액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예년에도 평가 시즌이 되면 '비상'이 걸리곤 했는데, 올해의 경우 각 부처의 장관들이 점수가 낮은 기관장의 경질까지 거론하고 있어 전례 없는 고강도 경영평가가 예고돼 왔다.
하지만 정부가 중점관리대상으로 지목한 공기업의 상당수가 매년 높은 등급을 유지하는 등 정작 부채나 방만경영에 대한 검증은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부채관리와 방만 경영 평가 배점을 기존 20점에서 29점으로 높이는 내용의 '201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을 확정했다.
공공기관 노조는 또 정부가 노사 간의 단체협약에 개입하려는 것에 대해 법적인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 공대위 관계자는 "단체협약은 노동법에 보장된 권리로 공기업 개혁을 추진한 역대 어느 정부도 이를 부정한 적은 없었다"며 "이와 관련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 고발하고 헌법 소원을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사측의 대표성을 스스로 부인한 만큼 우리도 공대위 차원에서 정부와 직접 교섭을 하자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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