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인도 양국 정상이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다양하고 폭넓은 합의를 이룬 것은 요동치는 아시아 정세에서 '세력 균형'이라는 전략적 이해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우리 측으로서는 불안정한 동북아의 균형자로서 대국 인도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는 의도가 짙다. 반면 인도 입장에서는 서남아 맹주로서 가열되는 중국과의 경쟁구도에서 한국을 지원군으로 확보하려는 계산이 숨어있다.
무엇보다 인도는 우경화 폭주를 하고 있는 일본을 겨냥한 우리의 견제카드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한국보다는 일본과 강한 군사협력을 맺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지난 2007년 '민주주의에 기초한 다이아몬드 전략'이라는 군사전략을 천명하며 미국 호주 인도와 가상의 방어망을 형성해 중국에 대비한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박 대통령에 이어 25일부터 사흘간 인도를 방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은 아베 총리에 앞서 지난 6일 방위성 장관을 인도에 보내 수송기 수출을 타진하는 등 인도와 군사적으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과 인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이라는 목표도 같다.
따라서 집단적 자위권과 적극적 평화주의로 포장된 일본의 '일방주의'에 제동을 거는 지렛대로서 경제협력은 물론이고 외교ㆍ안보차원에서 인도와의 관계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향후 ▦정상회담 ▦외교장관 공동위원회 ▦국가안보실간 전략대화 ▦국방 차관보급 전략대화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하며 수교 40년 이래 최고 수준의 대화채널을 확보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인도도 팽창주의적 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의 견제를 받고 있는 처지여서 역내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해 맞서는 전략 차원에서 한국과의 외교안보 유대 강화는 중요하다. 중국이 파키스탄 스리랑카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 중동~남중국해에 이르는 해양의 원유 수송 경로에 위치한 국가를 상대로 상업적ㆍ군사적 지원을 강화하며 인도를 포위하는 이른바 '진주목걸이' 전략을 펴고 있어 인도의 위기감이 높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 인도와 중국간의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우리가 인도라는 선택지를 추가 확보하는 것은 한미, 한중관계를 넘어 우리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기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더욱이 이번 회담을 통해 한반도 이슈에 대한 인도의 공고한 지지를 재확인한 점도 중요한 성과다. 인도는 냉전 이래 비동맹진영을 이끌며 남북문제에 중립적 태도를 견지했지만 지난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때 비난 성명을 발표하는 등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정부 관계자는 "서남아 최강국인 인도를 우리의 우호세력으로 만드는 것은 남북관계를 풀어나가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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